적자 못이겨 10년만에 폐관위기 .. 한국미술 유럽 교두보 '파리보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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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메이저화랑인 가나아트센터가 유럽 지역의 거점으로 운영해 온 파리보부르(Paris-Beaubourg) 화랑이 만성적인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10년만에 문을 닫는 위기에 처했다.
파리보부르는 국내 화랑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화랑인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미술계에서 나오고 있다.
또 파리에 거주하는 한국 작가들은 폐관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파리보부르는 파리 퐁피두센터 인근의 화랑 밀집지역인 마레 지구에 1995년 문을 열었다.
지상 1,2층에 전시공간만 2백여평에 달하는 현대식 건물로 시설 면에서 주변의 오래된 화랑들보다 뛰어나다.
로버트 롱고,앤디 워홀 등 외국 작가는 물론 국내 및 유럽 거주 한국 작가들의 개인전 등 그동안 50여회의 기획초대전을 통해 한국 미술을 알리는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이 화랑은 개관 이후 3년동안 프랑스 정부로부터 운영비의 일부를 지원받았으나 지원금이 중단된 이후에는 가나아트센터가 독자적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현지에서의 작품 판매가 부진해 연간 2억∼3억원 가량씩 적자를 기록해왔다.
가나아트센터 최열 기획실장은 "파리보부르의 적자를 그동안 서울 평창동 본사에서 보전해 왔지만 국내 미술경기 침체로 인해 더 이상 지원해 줄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파리보부르 화랑은 오는 6월말 10년 장기 임대기간이 완료되지만 가나아트센터측은 임대를 재연장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보부르 화랑의 폐관 방침이 알려지자 서양화가 곽수영 안종대,비디오작가 윤애영씨 등 파리 거주 작가들은 파리보부르의 존속과 정부 차원의 지원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파리에 대규모 미술관인 '팔레 드 도쿄'를 운영하고 중국 정부가 중국화랑 운영에 적극 나서는 상황에서 파리보부르는 비록 상업화랑이지만 그나마 유일하게 한국 미술의 자존심 같은 곳"이었다며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파리에 있는 한국문화원이 갤러리를 인수해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문화원이 갤러리를 운영할 경우 전문 큐레이터를 채용하고 연간 운영비로 3억∼4억원 가량의 예산이 지원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