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기도 생겼으니 이제 사법고시에 도전해도 되겠네요" 돋보기를 쓴 눈으로 각종 수험서와 씨름한 끝에 서울대 법대에 합격, 주변을 놀라게 했던 40대 시각장애인 신입생이 법대 교수들의 도움으로 고가의 전자 확대기를갖게 됐다. 서울대 법대 03학번인 김용광(41)씨는 5일 법대 안경환 학장이 모금을 통해 마련한 시각장애인용 전자 확대기를 전달받았다. 지난 84년 망막색소변성과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김씨는 돋보기를 이용해도책을 읽기가 버거운 3급 시각장애인이다. 김씨가 선물받은 전자 확대기는 받침대 위에 책을 올려 놓으면 광학장치를 통해모니터에 글씨가 확대 표시되는 장치로 깨알 같은 육법전서를 공부해야 하는 김씨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 그러나 고아원 출신으로 생활비 마련조차도 어려운 김씨에게 500만원에 이르는고가의 수입품인 이 확대기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었다. 김씨는 입학후 법대 안경환 학장과 면담에서 동료 학생들이 1시간 공부해야 할분량을 돋보기를 써가며 4∼5시간씩 공부해야 하는 자신의 사정을 설명했다. 안 학장은 김씨가 정상적으로 공부하려면 전자 확대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안 학장은 평소 장애인 문제에 관심이 많은 지인들에게 김씨의 사정을 알리고도움을 부탁했고 안 학장의 뜻에 공감한 5명으로부터 전자 확대기 구매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다. 안 학장은 "장애인 학생이 대학에 적응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면서 "장애인 학생을 지원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완벽하게 가동되기 전까지는 교수들이라도 나서서학생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입학 당시 사법고시에 합격해 장애인을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혔던 김씨는 "아직고시 공부에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계획은 세워 놨다"며 "교수님들의 도움으로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