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 이후 미국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한 국제사회의 호감도가 크게 떨어졌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퓨(PEW)리서치 센터는 3일 지난 4월20일부터 5월15일까지 한국을 포함한 21개국 국민 1만6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3년 국제 태도 조사'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 따르면 작년만 해도 유럽국가들의 대미 호감도는 60%를 넘었지만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미국과의 갈등이 벌어진 후 독일에선 그 비율이 45%,프랑스에선 43%로 낮아졌다. 한국의 대미 호감도 역시 작년의 53%에서 46%로 떨어졌다. 특이한 것은 대부분의 나라 국민들이 미국이 싫어진 이유를 '부시 때문'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과거에는 중동국가의 이슬람권에 한정돼 있었으나 이라크전을 계기로 인도네시아와 나이지리아 등 중동 이외 지역으로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회교국가인 인도네시아의 경우,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1년 전 36%에서 83%로 높아졌다. 유엔의 역할이 덜 중요해졌다고 평가한 비율은 이스라엘이 72%로 조사대상국 중 가장 높았고,한국은 71%로 2위를 차지했다. 이 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미국은 제국(imperial power)이 아니고 제국이 돼서도 안된다"며 "개인적으로 미국은 자신을 제국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 등 44개국,3만8천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세계화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는 한국민의 경우 무역 및 경제관계 확대가 자국에 '매우 이롭다'는 평가가 37%,'약간 이롭다'는 53%로 세계화를 지지하는 비율이 90%로 매우 높았다. 한국의 조사대상자는 7백19명이었다. 또 한국 응답자의 55%는 앞으로의 과제로 경제적 번영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으며,61%는 강력한 지도자보다는 민주적인 정부가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빈부격차가 확대됐다는 한국 응답자는 83%였고 그 원인이 세계화에 있다는 응답은 21%에 달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