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4:53
수정2006.04.03 14:55
노무현 대통령과 재계가 '밀월'을 시작하는가.
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1일 청와대 인근 한 삼계탕 집에서 얼굴을 맞댄 것은 지난달 12일 뉴욕에서 만찬을 한 후 20여일만이다.
이날 '삼계탕 오찬'은 방미를 계기로 한 세 번째 회동인 셈이다.
당초 1시간35분으로 예정된 삼계탕 오찬은 40분이상 연장되면서 2시20분에야 끝났다.
29명의 재계ㆍ금융계 인사 외에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 등 경제관료 9명도 자리를 함께 했다.
노 대통령은 식사 전 인사말을 하면서 "(미국 방문 때) 여러분이 미리 준비를 많이 해줬고 6박7일 동안 분위기를 잡아줘서 어디 가도 의견 표현하기 좋았고 이해를 돈독히 하는데 굉장히 도움됐다"며 "경제 영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다 여러분 도움의 결과"라고 감사했다.
특히 바로 옆자리에 좌석이 정해진 이건희 삼성 회장과 사이에 틈이 생기자 노 대통령은 비서관을 불러 "이 회장님과 자리를 가깝게 해 달라"며 자리를 당기게 하면서 친근감을 표시했다.
또 "사진에 서먹하게 나가면 안된다"며 "가까이 있는 사진이 나가면 '뭔가 잘 되겠구나' 하고 국민들이 안심할 것"이라고 말하자 참석자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배석했던 이해성 홍보수석은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고민하거나 (재계의 건의를 정부가) 받아들이느냐, 마느냐 하는 자리가 아니었다"며 "미국 방문을 함께 한 이후 재계와 돈독한 관계, 경제를 챙기는 대통령이라는 것을 기업이 느끼게끔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오찬 분위기는 참으로 화기애애 했으며, 모인 분들 대부분이 앞선 약속이 있었지만 참석해 소박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참석자들은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지만 대화의 내용은 상당히 의미있는 것이었다.
실제로 재계 총수들은 "외국인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도 노사관계에서 좀더 엄정한 자세가 필요하다", "불법에 대해서는 필벌로 대응한다는 원칙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노사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당초 약속했던 것보다 1년 앞당겨 새로운 노사관계를 형성하겠다고 화답했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노사문제에 집중됐다.
노사문제 외에 다른 경제 현안에 대해서도 많은 주문이 있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한ㆍ미 투자보장협정이 빨리 체결되도록 해 달라" "중소기업에서는 인력 수급에 애로를 겪고 있는데 이 점에 신경써 달라" "중소기업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사기를 높여 달라" "수도권 규제로 인해 고급두뇌 유치에 어려움이 있다" "코스닥시장의 통합은 너무 운영의 효율만 보지 말고 코스닥시장이 가진 특성을 감안해 운영하면 어떤가" 등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