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등록기업의 주가 조작으로 검찰에 고발된 '검은머리 외국인' 지모씨가 지난 97,98년 SK증권과 JP모건 사이의 파생상품 거래를 주도한 인물이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증권업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증권에서 SK글로벌로,이어 여타 계열사로 이어진 최근의 SK그룹 사태가 태국 바트화와 연계된 파생상품 거래에서 시작됐기 때문. 검찰수사시 SK- JP모건 거래 실체가 드러날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JP모건과의 파생상품 거래 96∼97년 지씨는 태국 바트화와 연계된 파생상품을 국내 종합금융사와 SK증권 등에 판매했다. 당시 주택 하나은행과 대한투신 한국투신 등이 이 상품에 지급보증을 섰다. 상당수 국내 금융회사가 이 거래에 관여된 것이다. 하지만 이 상품이 최고 20%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태국 바트화가 평가절하돼 미리 정한 환율범위를 벗어날 경우 원금뿐만 아니라 추가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감수해야 하는 고위험·고수익 투자상품이었다. 불행히도 태국 바트화는 97년 7월 이후 급격히 평가절하됐고 JP모건의 파생상품을 산 SK증권 등 국내 금융회사는 거액의 손실 위기에 처했다. SK증권 등은 당시 "JP모건이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이 보유한 태국 바트화에 대한 포지션을 고의적으로 넘기려 했다"고 주장,손실책임을 놓고 JP모건과의 법정싸움에 들어갔다. 결국 SK증권과 JP모건이 화의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SK증권은 3억2천만달러를 JP모건에 지급했고 퇴출위기에 몰린 SK증권을 살리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거액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SK증권의 증자와 관련해 JP모건과 이면계약을 맺었고 올초 검찰 수사에서 이면계약 때문에 SK글로벌 등 계열사에 손실이 전가됐다는 이유로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 경영진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파생상품의 첨병에서 주가조작범으로 금감원 조사결과 지씨는 작년 6월부터 9월 사이 코스닥 O사와 K사의 시세를 조종,24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고 작년 12월에 터진 1천7백여억원대의 LG투자증권 홍콩법인 미수사고도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독당국 고위 관계자는 "파생상품 전문가로서 SK증권 사태까지 겪고 난 마당에 주가조작범으로 추락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씨는 어떤 사람인가 지씨(60년 생)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씨는 LG투자증권에서 파생상품 디자인과 세일즈 업무를 했다. 93년 JP모건 홍콩지점으로 옮겨 한국 관련 영업을 맡았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