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갈산동에 있는 자동차부품업체인 동해전장(대표 채석)의 권이순씨는 조립공정에서 서서 일한다. 오래 서있다보면 다리가 아파 사내 인터넷건의함을 통해 바닥에 인조잔디를 깔아줄 것을 요청했다. 건의내용을 본 이 회사의 채석 대표는 즉시 조립공정 바닥에 인조잔디를 깔 것을 지시했다. 이처럼 3백40명에 이르는 동해전장 근로자들의 애로사항은 인터넷건의함을 통해 즉시 처리된다. 건의함 점검을 채 대표가 직접 맡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회사는 86년 설립 이후 단 한번의 노사 분규도 일어나지 않았다. 채 대표는 "노사가 화목한 가장 큰 이유는 공개경영 덕분"이라고 밝힌다. 동해전장은 매월 조회시간에 월간 경영실적을 노조와 사원들에게 알린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동해전장의 사원들은 자발적으로 40개에 이르는 '프로세스 개선작업'을 추진 중이다. 화합분위기가 제품불량을 없애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매출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 매출은 2001년보다 18.4% 증가한 1천3백40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채 대표가 형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은 뒤 더욱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채 대표는 경기고,서울대 공대,미국 보스턴대를 졸업한 후 대표 취임 전까지 부사장으로서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채 대표는 "자동차부품업체가 협력사에만 안주해서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전문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동해전장은 배선연결박스(Junction-Box)를 개발,전문화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전기배선의 집약체인 이 제품개발에 약 1백억여원을 투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