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냈다] 싸이더스 차승재 사장 (2) 영화제작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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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사장은 93년부터 95년까지 신철 안동규 유인택씨로부터 영화 수업을 받는다.
신철 신씨네 대표와는 92년 '101번째 프로포즈'를 만들 때,안동규 영화세상 대표와는 93년 '나는 소망한다,내게 금지된 것을'을 만들 때 각각 현장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함께 일했다.
이들 두 작품을 제작하면서 차 사장은 경험미숙을 실감했다.
"101번째∼'에서는 김희애를 캐스팅하기까지는 좋았는데 스토리 전개가 너무 무겁고 진지해져 버렸습니다.'나는 소망한다.∼'는 프로듀서로서 감독과 제작사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애를 먹었지요."
차 사장은 유인택 기획시대 대표와는 당시 두 개 작품을 만들었다.
그 중 94년 장선우 감독의 '너에게 나를 보낸다'가 마침내 히트를 쳤다.
감각적인 남녀관계로 관객들을 매료시킨 이 영화는 요즘 집계로 치면 3백만명쯤 동원했다.
이 영화 덕분에 차 사장은 95년 흥행수익금의 10%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싸이더스의 전신인 우노필름을 설립하게 된다.
"프로듀서로서 활동하면서 세분으로부터 제작자로서 갖춰야할 조건에 대해 많이 배웠지요.신 대표는 업무에 철두철미하고 영화에 대한 안목을 갖췄어요.안 대표는 성질이 불같지만 자기사람을 챙겨주는 용장이었습니다.유인택씨는 합리적이고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나지요."
그는 또 세 사람 모두 감독의 능력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시나리오를 적절하게 연결시키는 능력도 갖췄다고 회고한다.
우노필름 차 사장은 김상진 감독의 '돈을 갖고 튀어라'를 창립작으로 내놓게 된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거액의 자금이 통장을 거쳐 돈세탁되는 사건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다.
그런데 운이 따랐다.
마침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사건이 터져 이 영화가 주목을 받았다.
전국관객은 총 70만명이나 됐다.
영화가 흥행하느냐 마느냐는 사실 정치 사회적인 외부 변수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
첫 작품에서는 호재가 터졌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외부 변수로 흥행을 망친는 경우가 더 많다.
아니나 다를까,뜻밖의 시련이 찾아왔다.
일본 야쿠자를 소재로 한 코미디 '깡패수업'이 왜색시비로 심의보류 처분을 받은 것이다.
이 영화는 당시 일본배우 오오스기렌 등이 출연했는데 일본문화 개방전이어서 불법소지가 있었다.
심의보류는 사실상 상영불가를 뜻한다.
제작비는 둘째로 치고 그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흠이 생기게 된다.
그는 수주일동안 공연윤리위원들을 만나 끈질기게 설득했다.
그의 열성을 조금 이해한 탓인지 공윤위는 필름 삭제를 요구했다.
그는 모두 받아들였다.
야쿠자의 입단의식 장면도 3분 정도 삭제됐다.
결국 개봉 이틀전 심의가 가까스로 떨어졌다.
제작비를 간신히 회수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계기로 차 사장은 일본 영화인들을 많이 알게 되는 효과를 얻었다.
그는 이 영화를 일본에 10만달러에 수출했다.
일본의 유명배우들이 출연한 '깡패수업'은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는 이후 작품의 기획단계에서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두게 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