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끌어온 '해묵은 논쟁' 生保상장 올해 매듭짓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상장 논쟁'이 13년간의 매듭을 풀고 올해 안에 실현될 것인가.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배정충 삼성생명 사장과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 22일과 23일 연달아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생보사 상장 논쟁'이 다시 금융가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 위원장이 "상장 기준을 8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삼성생명 주식을 갖고 있는 CJ와 신세계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은 벌써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계약자 몫 내부유보금 처리가 관건
삼성과 교보생명 상장의 최대 걸림돌은 이들 생보사 재무제표에 계약자 몫으로 적립돼 있는 내부유보금(자본잉여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교보와 삼성생명은 지난 89년과 90년 상장을 위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뒤 재평가 차익을 분배하면서 미래 계약자를 위한 배당준비금 명목으로 일부 차익을 자본계정에 남겨뒀다.
삼성생명 8백78억원,교보생명 6백64억원이다.
이 돈을 자기자본으로 간주(시민단체 주장)하게 되면 삼성생명의 경우 전체 자기자본의 30.2%,교보생명은 24.7%가 된다.
99년 상장 논의 때 참여연대 등은 이 돈을 자본금으로 전입시킨 뒤 계약자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나눠줘야 한다고 주장했고,삼성생명은 내부유보금을 자본으로 전입시킬 수 없다며 맞서 논란이 가열됐었다.
◆유연해진 금융당국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은 기존 주주가 동의하지 않으면 자본 전입과 주식 무상 배분이 어려운 만큼 주식 배분에 근접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나누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 역시 간단하지 않다.
시민단체들이 99년보다 후퇴한 정부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할 조짐인 데다 '현금 배분' 또한 생보사가 전면 수용할 것인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도 이 때문에 "상장 기준에 대해서는 8월까지 뭔가를 만들어볼 생각"이라면서도 "(상장 여부에 대한) 의사 결정은 (해당) 회사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기준 마련=삼성생명 상장'의 등식이 성립되지 않을 수 있음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 등에서 삼성그룹의 물밑 역할론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도 관심거리다.
정부가 과거 방식의 생명보험사 상장방안을 밀어붙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관가에서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교보생명의 선택이 관건
배 사장은 최근 "상장에 따른 차익을 계약자에게 주식으로 배당하는 것은 방법도 없고 법적 근거도 없다"고 선을 그은 뒤 "연내에 상장 기준이 마련되더라도 해당 기준은 물론 증시 상황을 고려해 상장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거나 증시 상황이 나쁘다면 굳이 상장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삼성생명이 사실상 삼성의 지주회사라는 점도 상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
삼성은 다만 상장 차익 배분과 관련,내부유보금을 계약자와의 협의를 통해 특별배당금 형식으로 나눠주거나 별도의 공익재단에 출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과를 볼 때 이 정도 양보안으로는 타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여기다 삼성생명 상장 논의의 시발점이 된 삼성자동차 부채 문제만 하더라도 모든 채권 은행들이 전액 대손충당금을 적립해놓은 상태여서 상장과의 직접 연관성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