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부실 문제가 금융시장의 또 다른 시한폭탄으로 등장하고 있다. 연체율 20%면 이미 금융회사로서는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6월 말 결산 이후 최소한 10개 이상의 저축은행이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더기 영업정지 조치와 이에 따른 공적자금 투입을 막으려면 저축은행의 부실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 부실의 실태와 원인 3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총 여신액은 20조2천3백25억원. 이중 21.1%인 4조2천8백17억원이 1개월 이상 연체된 상태다. 연체율 분포를 보면 41%를 넘는 저축은행이 12개, 31∼40%가 19개, 21∼30% 28개, 11∼20% 44개 등이다. 연체율 10% 미만의 우량 저축은행 수는 작년 말 19개에서 올 3월에는 11개로 줄었다. 저축은행의 부실이 이처럼 심각한 수준에 이른 가장 큰 이유는 무리한 '소액대출영업'에 있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초부터 연리 36∼60%(한도 3백만원)짜리 급전대출 영업을 크게 확대했다. 그러나 경기가 악화되면서 연체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4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소액대출 연체율은 이미 40%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체율 급증에 따라 오는 8월께에는 상당수의 저축은행이 자기자본비율(BIS) 5%를 못넘겨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전망이다. "최소 10개가 넘는 저축은행이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될 것"이란게 업계의 추정이다. ◆ 해법은 민주당 조재환 의원은 "우선 부실이 더 이상 확산되는 것만이라도 막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저축은행에 대한 감독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금융감독원의 저축은행 담당 인력은 9명에 불과,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이것이 저축은행들의 무모한 영업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연구소의 김장희 선임연구원은 "저축은행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환경을 만들어 주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의 저축은행들은 신용카드 업무와 수표발행 등을 통해 이익을 내고 독일 저축은행들은 저축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비용을 낮추고 있다"며 "업무영역에 대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김대식 중앙대 대학원장은 "저축은행들도 신협, 새마을금고와 마찬가지로 비과세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축은행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자본조달을 쉽게 하기 위해선 기업공개가 필요하다"며 "상장ㆍ등록을 추진하는 저축은행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저축은행 사장단은 최근 모임을 갖고 "인터넷이나 유료전화를 통해 채무상환 유예 방법이나 채권추심을 피하는 방법 등이 떠돌고 있어 정상적인 채권추심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모럴해저드 방지를 위한 정부대책을 요청했다. 이들은 또 "저축은행들이 무더기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되는 상황을 막으려면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일시적으로 완화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