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녹색당은 23일 당 최고위급 간부직과 정부 각료나 의원의 겸직을 금지한 당규를 창당 23년 만에 처음으로 완화, `운동 정당'에서 `집권정당'으로 변화한 현실을 반영했다. 녹색당은 전체 당원 4만3천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한 달 동안 실시한 찬반투표에 53%가 참여했으며, 당대표와 사무총장 등이 포함된 중앙당 집행위원회 위원 6명가운데 2명에 한해 겸직을 허용하는 개정안에 투표자의 66.9%가 지지표를 던졌다고 발표했다. 반전.반핵과 환경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지난 1980년 창당된 녹색당은 당의 권력집중과 관료화, 부패 등을 방지하기 위해 이런 겸직 금지 규정을 명기했다. 그러나 녹색당이 원내에 진출하면서 이 규정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으며, 특히 지난 98년 총선에서 사민당과 함께 적녹연정을 구성, 처음으로 정권에 참여하면서 이 규정 폐기 또는 완화 주장이 다시 불거졌다. 이 규정에 따라 당 간판스타로 98년부터 적녹연정 부총리 겸 외무장관을 맡고 있는 요시카 피셔는 당 최고 지도부회의에 참석치 못하고 있으며, 작년 9월 총선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된 프리츠 쿤과 클라우디아 로트도 당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피셔 부총리 등 규제 완화파들은 이 규정 때문에 녹색당의 능력있는 사람들이 의회 진출을 주저하고 있으며, 당과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어려워져 하원과 적녹연정에서의 녹색당 영향력 확대에 한계를 느낀다고 주장해왔다. 피셔 부총리 등 당권파는 작년 9월 총선 이후 열린 전당대회에서 이 규정의 철폐 또는 완화를 추진하려 했으나 실패하자 이번에 전체 당원 대상의 직접 투표를 통해 2명에 한해 겸직을 허용하는 개정 당규를 통과시켰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