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전 서울지법 법정.신우진 판사와 전두환 전 대통령 사이에 난데없는 '빈털터리' 설전이 벌어졌다. '전 대통령의 재산이 과연 29만1천원에 불과한가'를 놓고 벌어진 이 공방은 '친인척의 재산목록도 제출하라'는 판사의 명령으로 일단 끝이 났다. MBC는 20일 오후 11시5분에 PD수첩 '각하의 빚,1816억'을 내보낸다. 전 재산이 '29만1천원'이라고 주장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추징금을 받기 위해 숨겨진 돈을 찾으려는 검찰의 밀고 당기는 싸움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 전대통령이 자신의 전 재산이 29만여원이라고 밝힌 며칠 후 그가 경기도 K골프장에서 수백만원대의 기념식수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부인 이순자씨의 홀인원 기념으로 심은 이 금송은 대략 4백만∼5백만원선.그는 또 지난달 30일 한 고급 음식점에서 1백만원대의 출장요리를 주문하기도 했다. 28일 재판 중 전 전대통령은 측근과 가족들도 겨우 먹고사는 정도라 추징금을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순자씨는 자신의 명의로 된 25억원대의 저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장남 전재국씨는 대형출판사인 시공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외 두 아들 역시 합쳐서 수백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밝혀졌고,10대의 손자·손녀조차 적지 않은 규모의 재산을 가진 것이 확인됐다. 자신을 제외한 가족 전원이 부자인 것이다. 그렇다면 가족들의 그 엄청난 재산은 어떻게 조성된 것일까? 당시 사건을 맡았던 검사에 따르면 전씨는 돈세탁을 워낙 철저히 해 추적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당시 돈세탁에 관여했던 관계자는 몇 단계를 거쳐왔기 때문에 그 돈이 전씨의 돈인지 몰랐다고 말했을 정도다. 전씨에게 선고된 추징금은 2천2백5억원이다. 그러나 전씨는 이 중 3백14억원만을 납부한 채 더 이상 돈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실효성이 별로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추징금'제도의 문제점도 조명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