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경영전략'(도몬 후유지 지음,이정환 옮김,삼진기획,1만2천원)은 난세의 영웅들이 어떤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했는지 현대적 시각으로 재조명한 책이다. 부제처럼 '역사에서 배우는 24가지 지혜'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일본의 전국·메이지시대 전공학자.그는 영웅들의 삶에서 리더의 조건과 조직관리 기법 등을 뽑아내고 각자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분석했다. 그리고 통솔력을 위한 '신뢰',조직원의 고충을 간파하고 해결하려는 '이해',선견지명과 정보·판단력을 갖춘 '카리스마'를 성공 리더의 3대 덕목으로 꼽았다. 시간에 쫓기는 사람이라면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의 참모 미쓰나리의 이야기(34∼45쪽)만 읽어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스물다섯 살에 다이묘가 된 미쓰나리는 명참모로 이름난 사마 사콘을 가신으로 전격 영입했다. 다이묘들뿐만 아니라 히데요시조차 놀랐다. "무슨 방법을 사용했느냐?" "주군께서 주신 급여의 절반을 그에게 줬습니다. 제 급여를 올려주시면 그때에도 역시 절반을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는 나중에 봉록 5백석을 더 늘려주겠다는 주군의 배려에 '대신 강가의 갈대를 베어가는 주민들에게 세금을 받게 해달라'고 했다. 전쟁이 터지자 그는 갈대를 팔아 모은 돈을 고스란히 군자금으로 내놨다. 홍수로 강의 제방이 무너져 난리가 났을 때였다. 그는 주군에게 흙가마를 만들 시간이 없으니 창고에 가득한 쌀가마를 내달라고 요청해 그것으로 물길을 막았다. 물이 빠진 뒤 그는 흙가마를 만들어 갖고 온 사람들에게는 젖은 쌀가마를 바꿔줘 제방을 튼튼히하고 구휼에도 성공했다. 눈밝은 CEO에 유능한 참모다. 주군이나 다이묘나 인재를 발굴하고 운용하는 '지혜의 리더십'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전국시대의 인간 컴퓨터라 할 구로다 조스이의 예화도 주목할 만하다. 요즘으로 치면 정보기술(IT) 감각에 뛰어났던 그는 기업의 인수합병(M&A)처럼 호족간 합종연횡이 거듭될 때 남다른 '베팅'으로 가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입'을 감추지 못해 최고 권력자의 경계대상이 됐다. 숨가쁜 비즈니스 협상에서도 '말'을 가장 신중히 해야 한다는 걸 일깨워주는 사례다. 저자는 이 대목에 '능력 있는 매는 발톱을 감춘다'는 소제목을 붙였다. 8대 쇼군 요시무네의 '자발적인 개혁' 전략 또한 눈길을 끈다. 에도 성에 입성한 그는 예상을 깨고 막부 조직이나 인사에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대신 각료들에게 실무를 물었다. 대부분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재정 담당만 만족스런 대답을 했다. 쇼군은 그에게 총리와 재무장관 자리를 맡겼다. 다음으로는 성 안에 '신문고' 같은 투서함을 설치하고 건설적인 의견을 골라 읽었다. 익명이나 가명,비방이 담긴 것은 접수하지 않았고 관리의 부정을 고발하는 것과 정책 대안들은 활용했다. 시간이 지나자 낡은 사고에 젖은 인물들이 스스로 사임하기 시작했다. 개혁은 저절로 이뤄졌다. 이것이 에도 시대 3대 개혁의 모범으로 꼽히는 '교호 개혁'이다. 이 책은 최근의 정치·경제 상황과 국제관계까지 입체적으로 비춰볼 수 있는 변혁시대의 경영 거울이라 할 수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