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양국이 북핵문제와 관련한 큰 틀의 포괄적 조율을 끝마침으로써 북핵사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 증대될 경우 추가적 조치의 검토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는 점에 두 정상이 합의한 것은 한미 양국 북핵대처 방안의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앞으로 북한이 취할 조치에 따라 북핵문제와 한반도 정세는 베이징 3자회담 이후 후속회담이 이어지는 실질적인 협상.대화국면이 초래되거나 반대로 북한의 반발과 대북제재가 대치하는 국면을 맞게될 가능성을 상정해볼 수 있다. 일단 이번 정상회담에서 `평화적 수단'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 방침을 재확인한 한미 양국은 북한과의 후속회담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정상회담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대화를 두려워 하지 않으며 조만간 그것이 유용하다고 판단하면 그 회담에 다시 들어갈 용의가 얼마든지 있다"면서 후속회담 재개 방침을 강력히 시사했다. 우리 정부도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베이징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할 필요성을 반영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라이스 보좌관은 "북한은 3자회담을 위협하고 협박을 시도하는 자세를 취하는데 이용했다"면서 "만일 추가로 회담이 열리려면 (북한의) 태도가 더 건설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북한간 후속회담 개최 시기나 3자회담 또는 4자, 5자회담 확대 여부 등은 오는 23일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 및 이달말 미중 정상회담, 한미일 3국간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 등을 거치면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북핵 후속회담이 열린다고 뚜렷한 돌파구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자회담에서 북한이 체제보장과 핵포기를 일괄타결하자며 내놓은 이른바 `대범한 제안'에 대해 부시 행정부는 선(先) 핵포기를 주장하면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또 대북 역제의설에 대해서도 "일일이 구체적으로 역제의하는 방안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북한이 3자회담을 통해 밝힌 핵재처리 돌입이 실제 확인될 경우 상황은 매우 심각한 국면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 경우 한미 양국은 `채찍'을 강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추가적 조치'의 검토를 예고해 놓았다. 구체적 설명은 없지만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결의는 물론 그 이전이라도 일본에서의 대북 송금제재 등 북한의 목줄을 죄는 대북 압박수단은 적지 않다. 또 마약 밀거래, 미사일 수출 등에 대한 해상봉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대통령도 이번 방미기간에 "북한이 위험하고 반인륜적인 물건들을 세계에 확산하는것을 차단하는 문제는 한국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미국은 북핵사태의 평화적 해결방침을 거듭 밝히면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옵션들을 테이블에서 치우지는 않는다"는 방침도 분명히 하고 있어 북핵사태는 향후 평양측 태도에 따라 향방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추가적 조치 검토'에 동의는 했지만 "아직은 제재문제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대북 압박문제가 논의될 경우 진통이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한국 정부가 종전 대화와 평화적 해결만을 주장했으나 평화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받아들였고, 북핵해결과 남북교류 병행추진 전략이 연계전략으로 바뀌었다"면서 "이같은 회담결과는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