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4:04
수정2006.04.03 14:06
"외국 바이어에 선적지연을 통보하는 동시에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생산제품을 내수쪽으로 급히 돌리고 있어요.
물류팀원은 모두 부산항으로 달려가 빈 컨테이너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13일 오후 LG전자 창원공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물류대란 속에서 응급조치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공장은 지난 9일부터 생산라인을 부분 중단했다.
1백%대를 넘나들던 공장가동률은 80%로 떨어졌다.
17일까지 부산항 마비상태가 계속되면 생산라인 전체가 스톱될 위기에 처했다.
이처럼 물류대란은 '생산대란'으로 번질 조짐이다.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부산지부가 이날 총파업에 돌입하자 전자 화학 자동차 섬유 기계 등 국가 기간산업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전자=삼성전자와 LG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 등 주요 전자업체들은 제품수출뿐 아니라 자재수입이 끊기면서 애를 태우고 있다.
일부 업체는 2∼3일 내로 원자재 조달이 되지 않으면 공장가동이 중단될 위기다.
수출선적이 지연되고 각 사업장 야적시설도 포화상태여서 생산량 조정도 검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12일까지 수출할 예정이던 40피트짜리 컨테이너 4백여개 작업물량 가운데 30여개만 선적됐다.
광주사업장은 2백68개의 컨테이너가 쌓여 있고 수원과 구미사업장도 예정된 운송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학=LG화학과 SK㈜,삼성종합화학,한화석유화학 등 화학업계의 하루평균 수출액은 4백억원.이중 34%가 부산항,15%가 광양항을 통해 반출입되는데 이번 파업으로 수출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LG화학은 2백50TEU의 선적이 지연돼 5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17일까지 파업이 계속되면 5백TEU(1백억원) 가량의 피해가 예상된다.
수출비중의 19%를 차지하는 울산항과 11%를 수출하는 대산항 등에서의 수출도 사실상 마비된 상태여서 업계 전체 피해액은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기계="사실상 천재지변과 같은 물류중단 상황으로 업체들이 공포에 휩싸여 있어요.
기도하는 심정으로 파업이 중단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기계공단인 창원지역에서 만난 한 관계자의 말이다.
공작기계 업체인 한화기계는 "열흘이상 부산항 마비가 계속될 경우 원자재 확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주1회 진행하던 선적작업이 중단돼 바이어에게 위약금을 지급해야 하는 등 법적 분쟁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창원=김홍열·이심기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