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국민적 분노를 촉발하고 공산주의 체제의 허약성을 드러낸 반면에 새로운 통치자들의 영향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포함한 새로운 정부 및공산당 지도층이 사스 퇴치를 명분으로 내세워 중앙권력과 사회통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정부는 집권 초기 사스 발병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비난에도 아무런 대응을하지 않다가 수주 만에 돌연 침묵을 깨고 수천 명의 보건 담당자를 동원하고 괴질관련 사실을 솔직히 발표하겠다고 천명, 전례 없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중국은 사스에 대한 강력 대응 의지를 천명하고 있음에도 향후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을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우려하고 있다. 그로 할렘 브룬틀란트 WH0 사무총장은 6일 "아직 중국의 최악의 상황을 목격하지 않았다. 사스 발병이 분명히 늘어날 것이다"고 경고했다. 시카고 대학의 달리 양 정치학 교수는 "사스 위기는 중앙 지도부가 공직자 파면과 자원 동원 및 배분 등의 방법으로 권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4월 국가주석직을 넘겨준 이후에도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 주석과 젊은 지도층 사이의 권력구도가 사스로 인해 변화될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후 국가주석과 원 총리는 위기의 심각성을 인정하는 등 솔직했다. 원 총리는 모든 공직자들에게 사스 퇴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지 않을 경우엄단할 것을 명령했다"며 그들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이들은 9명의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합의로 사스 퇴치정책을 마련할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집었다. 공산당은 긴급 조치를 촉구한 데 이어 태만한 하위직 공무원들을 해임했다. 후 국가주석은 또 사스 대처에 무기력했다는 비난을 받은 인물로 장쩌민 위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 장원캉(張文康) 위생부장을 해임하는 과감성을 보여줬다. 후와 원이 국영 TV방송에 밤에 출연하는 동안 보건 노력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당직을 보유한 나머지 집권 엘리트들은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하고있다. 중국의 초기 사스 대처 모습은 86년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상공에 방사능 구름을 방출시켜 세계 최악의 핵사고로 기록된 체르노빌 재앙과 비교된다. 두 사건은 초동 대처 미흡과 은폐로 국내외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미하일 고르바초프 주도로 이뤄진 개혁노력이 정권 붕괴로 실패한 데 반해 중국 정부는 그 같은 위험에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세인트 앤토니 대학부설 아시아연구센터의 스티브 창 소장이 전망했다. 공산당에 정통한 한 중국인 작가는 "후와 원은 중앙통치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는 개혁과 자치를 확대하라는 압력을 지방 관리들로부터 받고 있으며, 이는 이들 지도자를 불안케 하는 요인이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스관련 사실 공개를 약속했음에도 경제적, 정치적 비용이 높을 경우 기존의 정책을 번복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사스가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지라도 과거와 근본적인 차이점을 기대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 AP=연합뉴스)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