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수출주도 품목이었던 신발이 극심한 침체를 겪으면서 26년 만에 처음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신발산업이 내리막길로 접어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6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 1·4분기 신발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3% 감소한 1억1천9백18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수입은 29.8% 증가한 1억3천2백54만달러로 집계돼 1천3백36만달러 규모의 무역적자를 나타냈다. 월별 기준으로도 작년 12월(1천8백41만달러 흑자)까지만 해도 매달 흑자였으나 지난 1월 1백29만달러 적자로 첫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후 2,3월에도 내리 적자를 냈다. 이번 적자는 1977년 이후 자료가 보관된 무역협회 데이터베이스상 처음이다. ◆수출동력에서 내리막길로=신발은 지난 90년에만 해도 수출액이 43억7백만달러를 웃돌 정도였다. 의류와 반도체에 이어 수출품목 '빅3'였다. 하지만 91년부터는 해마다 감소세를 보여 올해까지 13년째 줄고 있다. 90년 3위였던 품목별 수출 순위도 지난해 53위에 이어 올 1분기에는 57위까지 밀려났다. 반면 수입은 외환위기(97∼98년)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전체수입 4억4백만달러 가운데 중국이 2억5천4백만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이 뒤를 이었다. 수출 부진과 내수침체가 겹치면서 국내 신발산업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국내 대표적 제화 생산지역인 서울 성수동 일대는 1천여개에 육박하던 업체 수가 현재 5백여개로 줄었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운동화 공장들도 잇따라 생산량을 줄였다. 90년 6백61개에 달하던 국내 생산라인은 2000년대 들어 1백60개 가량으로 감소했다. 서울 성수동 삼영상사 관계자는 "요즘 신발업계에서 느끼는 불황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하다"며 "평소 같으면 4∼5월이 가장 바쁜 시기지만 지금은 구조조정에 여념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동남아 제품 봇물=신발업계에서는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 값싼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들고 있다. 신발조합 정삼영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산 제품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며 "가격대가 국내 제품의 50%선에 그쳐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넓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품질에 차이가 많지만 디자인 등이 점차 개선되고 있어 앞으로 더욱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스포츠 브랜드들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이 국내에서 동남아 등지로 옮겨간 점도 수출 부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내 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유명브랜드의 경우 5년 전만 해도 '메이드 인 코리아'의 품질이 월등히 우수했지만 지금은 동남아 생산제품과 품질격차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최근엔 국내 업체들도 동남아와 중국 등지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중이다. 화승그룹은 지난해 베트남에 연간 1천2백만켤레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을 설립했다. OEM브랜드인 리복 외에 월드컵 르까프 등 국내 브랜드 중 일부도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국제상사는 최근 중국에서 일부 아웃소싱을 시작한 데 이어 직접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신발업계는 앞으로 내수 부문을 줄이고 고기능성 신발과 레저용 신발 등 고부가가치 부문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산자부는 2000년부터 3천8백여억원이 들어가는 신발산업 진흥사업계획을 수립,고기능성 신발소재 개발 등을 추진 중이다. 고경봉·홍성원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