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대표와 이라크의 반대파 지도자들이이번주 바그다드에서 각기 다른 부족. 종교 집단들을 망라해 새 이라크를 만들기 위한 대화를 시작한 가운데 쿠르드 자치지역 문제가 난관으로 떠올랐다. 쿠르드족 지도자들은 통합 이라크의 한 부분으로 남고 싶다고 말하지만 이는 지역적으로 철저한 자치가 보장되는 쿠르드족 자치단체 건설을 조건으로 한 것이다. 쿠르드족 거주지는 현재도 자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내 시타델 초등학교에 다니는 소란 타하 아메드(12)는 태어나서 한 번도 사는지역 바깥을 벗어나 여행해 본 일이 없다. 물론 아랍어도 잘 구사하지 못한다. 학교 에 영어나 아랍어 과목이 있기는 하지만 수업이 쿠르드어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도주의적 원조 문제를 맡고 있는 쿠르드민주당(KDP)의 고위 간부인 샤피크 카자즈씨는 "우리는 중앙으로부터 거의 완전히 고립된 채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미 쿠르드족 거주 지역은 12년째 학교, 행정, 군대, 통화까지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등 자치권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독립국가 건설의 전초단계인 자치권 강화는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 투르크멘족 등 모두 인종과 종교적 파벌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에 대한 도전으로 비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터키, 시리아, 이란 등은 이웃나라인 이라크에서의 쿠르드족 자치가 자국내 쿠르드 민족주의자들을 자극하게 될까 두려워하기 때문에 이를 경계하고 있다. 파드힐 미라니 쿠르드애국연합(PUK) 지도자는 "우리는 어려운 지정학적 위치에놓여 있다"고 할 정도다. 쿠르드인 다수는 완전한 독립국가를 원하지만 이라크 이웃나라들로부터 반감을불러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해 자치권에 대해서만 요구사항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라니에 따르면 쿠르드인들은 한 국가의 일부로서 자치지역에 대한 통치권뿐 아니라 사담 후세인 치하에 있던 쿠르드인 다수 거주지역에까지 자치권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치권 요구지역에 포함될 키르쿠크는 석유매장량이 풍부한 도시로 쿠르드, 아랍, 터키인들사이에 인종적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역이다. KDP의 카자즈씨는 이와 관련해 "키르쿠크는 언제나 쿠르드 지역의 일부였고 계속 그렇게 남아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르빌(이라크) AP=연합뉴스)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