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야외 오페라가 될 장이모 연출의 푸치니 오페라「투란도트」가 다음달 8-11일 4회에 걸쳐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특설 무대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SBS와 한강오페라단, 한전아츠풀센터가 주최하는 이번 공연은 이탈리아 피렌체 극장의 의뢰로 장이모가 연출을 맡아 97년 초연했고, 이듬해인 98년 9월 중국 자금성(紫禁城) 무대에 올라 세계적으로 화제를 뿌렸던 바로 그 작품이다. 이탈리아와 중국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공연이다. 한일 월드컵 1주년을 기념,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첫 오페라라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일찍부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98년 자금성 공연의 두 배가 넘는 초대형 무대 세트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월드컵 경기장의 한쪽 스탠드 전면을 통틀어 세워질 무대는 높이가 45m, 길이가 무려 150m. 무대 길이로 따지면 스탠드의 좌우를 모두 덮게 되는 셈이다. 무대 위에는 자금성을 본뜬 거대하고 웅장한 세트가 들어서고 여기에 장이모 감독 특유의 색채미가 가미된 화려한 연출기법을 동원, 무대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계획. 음향을 위해서는 이탈리아 출신의 음향 엔지니어 잔 카를로 피에로치를 초빙하고 100억원대에 달하는 음향 시스템을 동원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이번 공연에는 또 세계 각국의 정상급 성악가들이 대거 한 무대에 설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주인공인 투란도트 공주 역으로는 98년 자금성 공연 때에도 같은 역을 맡았던 소프라노 조반나 카솔라와 바르바라 데 마이오 카프릴리, 칼라프 왕자 역에는 지난 88년 라 스칼라 극장 초청 '투란도트' 내한공연 당시 출연했던 세계적인 테너 니콜라 마르티누치와 다리오 볼론테 등이 등장한다. 류 역에는 소프라노 알레산드라 파체티와 미나 타스카 야마자키, 티무르 역에는 한국 출신으로 유일하게 캐스팅된 베이스 양희준과 발렌틴 피보바로프 등이 출연하게 된다. 이와 함께 120명에 달하는 러시아 키예프 오케스트라(지휘 카를로 팔레스키)를 비롯해 합창단 140명, 무용단 60명, 연기자 250명 등 무대에 등장하는 출연진만 무려 600여명. 한편 공연을 열흘 가량 앞두고 지난 28일 입국한 장이모 감독과 니콜라 마르티 누치, 조반나 카솔라 등 주역 출연진은 29일 오전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인터뷰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연을 앞둔 소감 등을 밝혔다. 장 감독은 "자금성은 국가 유적이기 때문에 못질 하나 하는 데도 제약이 많았다"며 "연출상의 제약이 없는 이번 공연에서는 시각적으로 휘황찬란하고 화려한 무대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칼라프 역의 테너 마르티누치도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오페라는 생전 처음"이라면서 "장소의 규모에 걸맞는 훌륭한 공연을 보여주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원래 '투란도트 공주 이야기'는 옛날 페르시아의 '천일야화'에서 유래한 환상적인 분위기의 사랑 이야기다. 푸치니의 마지막 작품인 '투란도트'는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구혼자에게 수수께기를 내어 맞추지 못하면 사형에 처하는 '얼음 공주' 투란도트와 죽음을 무릅쓰고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왕자 칼라프, 왕자를 사랑하는 노예 류 등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일깨우는 작품. 자칫 무거운 분위기가 될 수도 있는 이 작품에 대해 장 감독은 "화려하고 찬란한 색채를 가미, 듣기에도 좋지만 정말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오페라가 무엇인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연의 성공을 위해 주최측이 현재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또다른 문제는 날씨. 만약 공연 당일 강수량이 30mm 이하일 경우에는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그 이상으로 폭우가 쏟아지게 되면 일정 기한 내에서 공연 날짜를 순연할 계획이다. 보험료 3억5천만원도 이미 납입해둔 상태. 악기 보호를 위해 오케스트라 피트 위에 따로 지붕도 설치하고 만약을 대비, 우비 등도 준비하기로 했다. 이번 공연은 국내 클래식 공연 사상 가장 비싼 입장권 가격으로도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VIP석은 무려 50만원으로, 호텔식 뷔페와 전용 출입구 사용 등 우대 서비스가 포함된다. 3만-50만원. ☎ 587-7771, 1588-1555, 1555-7890.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