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베이징 3자회담에서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밝혀 북핵 파문이 확산일로인 가운데, 27일부터 사흘간 평양에서 제 10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려 주요 의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은 출발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본적으로 북한이 핵을 가지면 안된다는 입장을 확실히 전달하고 핵보유 발언이 사실이라면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의 중대한 위반이 된다"며 이번 회담에서 핵문제를 집중 부각시킬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진전을 병행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방침이지만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발언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라는 점에서 우리 측 대표단은 이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변화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예상 쟁점들이다. ◇ `핵무기 보유 사실인가' = 정부는 베이징 3자회담에서 북측 대표인 리 근 외무성 미주부국장이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를 회담장 복도로 불러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고 있으며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가까운 장래에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로선 북한이 실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지에 대한 확인은 불가능하지만 일단 대미 협상용 카드일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회담에서 이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공식 해명을 요구하고, 핵무기 보유가 사실이라면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비롯한 각종 국제규범에 대한 중대한 위반임을 지적하고, 핵무기 폐기 등의 태도변화를 촉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북측은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로 일관하면서 직답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 `민족공조하자면서 한국배제냐' = 우리 측은 베이징 회담에서 북한의 거부로 한국이 배제돼 국민여론이 크게 악화된 점을 감안, 이번 회담에서 `한국을 배제한 이유가 뭐냐'며 이를 문제시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측은 특히 `회담 참여없는 경제적인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정부 의지를 북측에 재확인시키고, `조속히' 회담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측은 `핵문제는 북-미간에 풀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며, 한국배제는 당연하다는 논리를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 `평화번영정책은 이거다' = 우리 측은 이번 회담이 새정부들어 처음 개최되는 고위급 회담이라는 점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정책 전반을 포괄하는 기본 구상인 평화번영정책을 북측에 집중 설명하고, 상층부에 전달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평화번영정책은 주변국가와 협력해 당면한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한편 이를 토대로 남북의 실질협력 증진과 군사적 신뢰구축을 실현하고 남북 공동번영을 추구해 평화통일의 실질적 기반을 조성하고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에 대한 북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 `대북송금 특검은 왜 하나' = 대신 북한은 최근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북송금특검 수사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역공을 취할 것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북측은 대북송금은 현대가 금강산관광.개성공단.철도.선박.전력.통신 등 이른바 7대 경제협력사업권에 대한 대가라고 주장하면서 `정상적인 거래'를 문제삼는 것은 남북교류협력사업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측이 대북송금 특검수사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금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자칫 북 고위층의 연루 여부가 드러나 상처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측은 이번 수사로 투명성이 확보되면 향후 남북교류협력사업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며 북측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 `6.15 공동선언 의지는 있나' = 북측은 최근 새정부의 6.15 선언 이행의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해왔다. 지난 7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북한이 남한 새정부의 대미공조정책을 지켜보며 6.15공동선언 이행의지를 의문시하고 있다"고 평양발로 보도한데 이어 최근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새정부의 6.15 선언 이행의지를 집중거론한 바 있다. 한 북한전문가는 "북측은 `핵무기 보유' 발언의 진상확인을 요구하는 우리측에게 대북송금 특검수사, 6.15 선언 이행의지 등 이른바 `트집잡기성' 역공세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이라크전 파병은 왜 하나,한미군사훈련은' = 북한은 아울러 이번 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최근 이라크전에 파병하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한 것은 대북 침략의지의 표현 아니냐는 억지 주장을 펼칠 수도 있다. 이에 우리 측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전쟁 억지 차원에서 실시된 것이며 이라크에 보낸 군병력은 전투병이 아닌 공병.의료병으로 전후 복구차원에서 보낸 것이라고 맞설 것으로 보인다. ◇ `그래도 쌀.비료 지원해달라' = 쌀.비료 지원문제는 북측으로선 절박한 사안이다. 따라서 `핵무기 보유' 발언 파문으로 분위기가 경색된 상황에서도 북측은 쌀과 비료를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원해줄 것을 공식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측의 입장이 난감하다. 일단 쌀.비료 지원을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지만, 북한의 `핵무기 보유' 주장을 계기로 국내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어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 지 주목된다. ◇ 기타 의제 = 이와 함께 경의.동해선 연결, 개성공단 사업, 금강산 관광사업 등 3대 현안사업도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우리 측은 북측이 최근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피해방지를 이유로 중단시킨 금강산관광사업과 관련, 검역절차를 철저히 하는 조건으로 재개하자는 의견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경의.동해선 연결사업의 경우 우리 측은 `경의선 먼저'를, 북측은 조기 동시 완공을 주장하고 있으며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 모두 착공식부터 조기에 실시하자는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착공식은 장관급 회담 직후 열릴 가능성이 높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