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마흐무드 압바스 총리 내정자가 23일 새 정부 조각에 전격 합의했다. 이에 따라국제사회가 마련한 중동평화안의 실행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 미국과 유엔, 유럽연합(EU), 러시아 등 중동평화 이해 당사국들이 마련한 중동평화 `로드맵'은 31개월간 지속돼온 유혈분쟁을 종식시키고 단계적으로 팔레스타인독립국을 출범시키는 구상을 담고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압바스 총리 정부가 공식 출범하는대로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누차 밝혀왔다. 아라파트 수반은 팔레스타인 과격단체 단속권한을 지닌 치안 담당 장관 인선을둘러싸고 압바스 내정자와 막판까지 대립했다. 압바스 내정자는 가자지구 치안대장인 모하메드 다흘란을 치안담당 국무장관에임명하겠다고 고집했다. 반면 아라파트 수반은 자신의 측근이자 현 내무장관인 하니엘-하산에게 막강한 치안권을 주려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력에 밀려 총리직 신설을 받아들인 아라파트로선치안담당 국무장관까지 압바스 진영에 넘겨줄 경우 권력의 중심 밖으로 밀려나는 셈이다. 40여년간 팔레스타인의 최고 지도자로서 권위를 지켜온 아라파트 수반은 권력분담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내각구성 법정시한까지 버텨오다막판에 극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미국과 EU는 물론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국들의 압력과 설득에 아라파트 수반이굴복한 것이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오마르 술레이만 정보부장까지 급파해 타협을 중재했다. 세계 지도자들도 잇따라 아라파트 수반에게 양보를 종용했다. 합의에 따라 아라파트 수반은 과격세력 단속 등 주요 결정에 관해 협의권한을갖는 대신 치안 관계 장관 인선은 압바스의 요구를 거의 모두 수용했다. 압바스 내정자가 내무장관을 겸하고 다흘란을 치안 담당 국무장관으로 기용키로 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그러나 총리 휘하에 들어갈 치안 경찰병력을 제외한 다른 치안기구들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게 된다. 포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비롯한 주요정책 결정에 대한 최종 승인권도 갖게됐다. 아라파트 수반은 또 양보 대가로 신변 안전을 보장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는 아라파트 수반에 대한 여행금지 조치를 해제해줄 것을 이스라엘측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소식통들이 밝혔다. 아흐메드 쿠레이 자치의회 의장은 압바스 총리 내정자와 아라파트 수반으로부터조각명단을 제출받았으며 27일이나 28일, 늦어도 1주일안에 의회 인준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 내각에서 나빌 샤스 대외협력장관은 외무장관을, 살람 파이드 재무장관은 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제.무역장관을 맡아온 마헤르 알-마스리가 통상장관에임명됐다. 분석가들은 새 내각 진용과 관련,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있는 압바스 내정자의 완승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개혁요구에 저항해 온아라파트 수반은 최대의 정치적 패배자로 판정받고 있다. 샤스 장관은 "어느 누구의 승리도 아닌 전체 팔레스타인인들의 승리"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절대권력을 누려온 아라파트 수반의 이번 패배는 그의 정치적 퇴장을재촉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