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가 20일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와의 전면전을 선언하고 전염 실태를 사실대로 발표하자 수도 베이징(北京)의 거리는 한산해지고 식당가에 시민들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중국중앙전시대(電視台.CCTV) 등 TV 방송들은 이날 정부의 '사스 확산 심각', 5월1일 노동절 연휴 취소 등 충격적인 발표를 그대로 전하면서 밤 늦게까지 사스특집방송을 했다. 관영 신화 통신은 실시간대로 사스 상황 기자회견을 보도했고, 중국신문들은 21일 사스 특집란을 마련하는 등 사스 확산의 심각성과 함께 예방과 확산방지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베이징 시민들은 노동절 연휴 취소와 함께 장원캉(張文康) 위생부장과 멍쉐농(孟學農) 베이징(北京) 시장이 사스 확산 방지 실패에 대한 문책인사로 당직을 박탈당하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거리 거리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고, 이 때문에 평소 1위앤 짜리 마스크가 한때 동이 나기도 했다. 시민들은 불요불급한 경우가 아니면 외출을 자제, 거리는 인파와 승용차가 줄어한산해졌고, 식당들은 손님이 줄어 울상이었다. 평소 손님들로 붐비던 차오양치(朝陽區) 신위앤리(新源里)의 한국식당과 북한식당에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고, 중국 식당들도 마찬가지였다. 1달전 홍콩을 여행했던 장춘팡(張春芳.35.女)씨는 베이징의 거리가 홍콩 비슷해진다며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가장 심각한 거리는 대학들이 몰려있는 하이뎬취(海淀區) 우다오커우(五道口).상당수 학생들이 이미 고향집으로 돌아갔고, 학생 감염자만 100명이 넘을 것이라는소문이 퍼지면서 집밖을 나서기 꺼려 거리는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휴교에 들어간 중양차이징다쉐(中央財經大學), 베이팡자통다쉐(北方交通大學)등 대학에는 인적이 끊겼고, 일부 학과가 사실상 휴강한 베이징대학 등 상당수 대학들에도 학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대학들은 이미 체육대회, 학술회 등 공식 행사를 모두 취소했고 상당수 학생들은 지방의 고향으로 돌아가느라 한때 기차역과 장거리 버스 터미널이 엄청나게 붐비기도 했다. 사스 예방약이라고 소문이 나돈 한약제 반란건(板藍根)이 시중 가격의 최고 50배까지 오르기도 하는 가운데 여행사들은 울상이었다. 베이징칭녠리싱스(北京靑年旅行社)의 매니저인 차오바오젠(曺寶劍)은 5.1 노동절 연휴는 여행.관광업계에 대목인데 연휴가 취소돼 매출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청취(西城區) 푸청먼 부근의 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왕젠민(王建民)씨는 며칠전 이웃 사람 한명이 갑자기 쓰러져 앰뷰런스가 와 병원으로 호송했는데 아마 사스 환자였던 것 같다며 불안해했다. 한편 사스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상하이(上海)권에도 사스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저장성(浙江省)은 21일 항저우(杭州)에서 3명의 사스 감염자가 발생했다고밝혔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상하이에서도 두번째 사스 감염자가 확인됐다. 올해 68세인리(李)모씨는 지난달 말 중국 남부지방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사스에 감염된 딸을간병하다 사스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연합뉴스) 조성대 특파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