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가 함락된지 2주일 가까이 지났지만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비롯한 이라크 구 정권 핵심 인사들과 가족들의 생사 여부와소재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아랍권에서는 한때 후세인 대통령 일행이 바그다드 주재 러시아 대사관으로 피신, 러시아 망명을 모색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았다. 그러다가 지난 7일 미군이 바그다드 알 만수르 주거지역의 한 건물을 폭격하면서 후세인이 두 아들과 함께 몰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미 후세인과 고위 측근들의 신병을 인수했을지 모른다는추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아랍권에서 요즘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음모설이바로 그것이다. 이와 관련 프랑스 유력지 르 몽드는 최근 이라크 공화국수비대 사령관 마헤르수피안 장군이 미군과 비밀 거래를 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수피안 사령관이휘하 부대에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도록 지시하는 대신 그는 미군 아파치 헬기를 타고 안전한 도피처로 빠져나갔다는 주장이다. 르 몽드의 보도는 미군의 최우선 체포대상 이라크 인사 명단에 수피안이 빠져있다는 사실로 신빙성에 무게가 실리는듯 했다. 권총 자살설이 나도는 모하메드 사이드 알 사하프 공보장관과 나지 사브리 외무장관, 우미드 메드하트 무바라크 보건장관도 명단에서 빠졌다. 이에 앞서 이란의 바즈타브 통신은 바그다드 함락이 후세인과 미국, 러시아간의3자 비밀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즉 개전 13일째 되던날 후세인 대통령과 러시아 정보기구는 후세인 대통령과 일가족 100여명의 목숨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최소한의 저항만으로 바그다드를 넘겨주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미국측도 후세인 대통령 일행을 제3국으로 안전하게 도피시켜주기로 합의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사하프 공보장관은 후세인 정권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주기위해 끝까지 바그다드에 남도록 지시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는 비밀거래를 주선하는 대가로 50억달러를 챙겼다고 바즈타브 통신은 주장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감독을 받는 국영 TV도 바그다드 함락이 비밀거래의 결과라고 보도했다. 바그다드 함락 당시 이란 국영 TV는 바그다드 시민들의 환호 장면은 보여주지 않고 함락 사실만 간단하게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당시 후세인 정권의 붕괴를 둘러싸고 심각한 의문점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그런가하면 아랍 영자 주간지 아랍 보이스의 편집장 왈리드 라바흐는 미군과 공화국 수비대 및 사담 페다인 사령관들 사이에 비밀 교감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공화국수비대가 무기를 버리고 저항을 포기하는 대가로 공화국 수비대 고위 지휘관들은 미국으로부터 이라크 탈출을 보장받았다. 또 공화국수비대 지휘관들은 후세인 대통령 등 지도부의 정확한 소재에 관한 정보를 미국에 넘겨줬다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후세인 대통령과 두 아들은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후세인 대통령 일행의 잠적을 외계인과 연결시키는 분석도 흥미롭다. 아랍권에나도는 소문에 따르면 후세인 대통령은 사방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알-잘란디궁으로외계인들을 종종 초대하곤 했다는 것. 러시아의 한 신문이 올 초 이 소문을 기사화한 적이 있다. 신문은 1998년 12월미군이 이라크에 대해 `사막의 여우작전'을 전개할 때 바그다드 상공에 UFO(미확인비행물체)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CNN 방송도 바그다드 상공의 UFO 사진을 방영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후세인 대통령이 외계인들에 납치됐을 것이라는 공상소설 같은 소문이 아랍 거리에 나돌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