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환 '대북송금' 특검팀이 수사 개시일인 17일오후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 자택에 대한 수색에 나서고 현대상선.건설 등 현대계열사에 대한 계좌추적에 착수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초 정치권의 특검법 개정 협상 등과 맞물려 수사초기 자료 검토와 계좌추적에주력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특검팀이 강도높은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다. 특검팀으로선 한정된 수사기간내에 광범위한 수사대상을 충분히 소화해 내긴 어렵다는 현실때문에 임의 수사보다는 보다 적극적인 강제 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분석이 나온다. 박 전 부총재 집에 대한 압수수색은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지난 2월 북으로 송금됐다고 공개한 5억달러 중 자금조성 경위와 송금경로가 윤곽을 드러낸 2억달러(2천235억원) 송금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부총재는 지난 2000년 6월 현대상선에 대한 4천억원 대출과정에서 정상적인 결재라인을 거치지 않은채 고위층의 `비선' 라인을 통해 대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현대상선이 남북정상회담을 불과 4∼5일 앞두고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을 제쳐두고 산은에서 4천억원을 급하게 대출받게 된 배경에 청와대와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외압이 작용했는지 여부가 특검팀의 본격 수사대상에 오른 셈이다. 현대상선이 북으로 송금한 2억달러의 경우 산은이 현대상선 계좌로 입금한 4천억원을 현대상선이 시중은행 발행수표 65장으로 인출, 이중 26장을 외환은행 계좌로입금함으로써 이뤄졌다. 이에따라 박 전 부총재를 비롯, 산은.현대 고위임원 등 핵심 인사들에 대한 소환이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상선 4천억원 대출 과정 자체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적인 하자 여부를 캔 뒤 대출외압 또는 배후여부에 대한 조사 수순으로 강도를 높여갈 것이란 관측이다. 특검팀은 박 전 부총재 집에서 본인 및 가족 명의의 통장과 메모 수첩 등 사과상자 2박스 분량의 자료를 입수, 정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계좌추적과 압수수색이 순조롭게 이뤄지더라도 자금을 조성한 경위와 송금이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이뤄진 것인지를 확인하려면 여전히 걸림돌은 남아 있다. 대출과정에서의 진상을 풀 열쇠를 쥔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이 해외로 출국,사실상 외부 접촉을 끊고 있는데다 2000년 6월을 전후로 대북송금에 관여한 것으로알려진 현대측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2000년 5월 이익치 당시 현대증권 회장이 계열사로부터 모금한 5억5천만달러와 2000년 7∼10월 현대전자 영국 스코틀랜드 공장 매각대금 1억5천만달러도 구체적 사용처가 드러나지 않은채 여전히 안갯속이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