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컴퍼니' 이랜드의 '12사도'. 기독교 정신으로 똘똘 뭉친 이랜드가 이번엔 12명의 최고책임자(CO) 제도를 본격 가동해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교회 장로이기도 한 창업주 박성수 회장(50)을 정점으로 12명의 CO들이 회장을 직접 보좌하면서 그룹을 이끄는 체제다. 물론 이랜드 모든 직원이 기독교 신자는 아니다. 그러나 회사 차원에서 순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는 '십일조'를 실천하고 월요 주간회의 때마다 예배를 볼 정도로 기독교 색채가 짙다. 해외 선교 사업을 지원하는 데도 순익 중 상당액을 할당한다. 이 회사가 지난 99년 CEO를 임명하면서 시작한 최고책임자 제도는 최근 최고생산책임자(CPO)를 임명함으로써 'CO'가 무려 12명으로 늘었다. 12명의 CO를 둔 것이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외부에서는 '미션 컴퍼니의 12사도 체제'라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강미경 이사는 CDO다. 디자인 전문가인 그는 그룹 8개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디자이너 3백명의 신상명세를 속속들이 알고 관리한다. CQO인 하천기 상무는 품질 총책임자이고 CMO 차송일 부장은 마케팅 전문가다. 정희순 상무는 CHO(최고인력관리책임자)로 순환 근무 경험이 풍부해 1천8백명 모든 임직원의 개인적인 성향까지 꿰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랜드 그룹이 최고책임자 제도를 도입한 것은 99년. 처음엔 CEO(최고경영자)와 CFO(최고재무책임자)뿐이었지만 이후 CRO(최고위기관리책임자) CQO(최고품질책임자)와 같이 보기 드문 자리도 만들어 총 12명이 됐다. 계열사마다 대표이사가 있지만 'CO'들은 해당 분야에서만큼은 최고 권위자로 대접받는다. 이들은 현안이 있을 때 박 회장을 독대할 수 있고 박 회장도 이들을 불러 의견을 구한다. 이랜드는 그룹 총괄 CEO인 이응복 부회장을 포함,8개 계열사 대표들에게 프로젝트 단위의 사업을 추진할 경우 관련 분야 CO의 조언을 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정희순 상무는 "최고경영자가 만물박사일 수 없으므로 각 분야마다 사내에서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은 사람을 CO로 임명해 자문역을 맡기고 있다"고 설명하고 "직원들에게 전문 분야를 개발하도록 독려하는 효과도 있어 각 계열사별로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