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부는 고용허가제 도입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고 재계는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표 3백여명은 16일에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앞에서 집회를 갖고 고용허가제 철회를 또 다시 요구했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 정세균 정책위 의장은 고용허가제를 시범실시해 본 후 문제점이 드러나면 보완할 것을 주문하는 등 당.정간에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재계가 반대하고 당.정간에도 혼선을 일으키는 이 제도를 정부가 서둘러 도입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정부가 경제보다는 국가체면이라는 명분에 집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 무엇이 문제인가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재계에선 존립자체가 위협받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외국인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고 노동3권이 보장되는 등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다. 이에따라 인건비도 연월차수당 퇴직금 상여금 등을 합해 최소한 30% 이상 늘어나 중소기업으로선 경영난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외국인고용이 법으로 보장될 경우 외국인 근로자의 정주화(국내에 눌러 앉는 것) 현상을 가져와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노동허가제나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다른 나라들도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노동3권이 보장되면 집단행동문제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노동부는 고용허가제를 실시하는 외국의 경우를 예를 들어 집단시위가 문제될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대립적인 우리나라 노사관계 특성을 감안할 때 안심할 수만은 없다. 투쟁적 노동운동을 추구하는 노동계가 거대한 집단으로 뭉쳐진 외국근로자들을 부추길 경우 산업현장은 분규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차라리 동남아나 중국에 진출해 기업하는게 낫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국내근로자의 역차별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 중소영세기업 근로자들은 노동법을 거의 적용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근로기준법 등을 보장받게 돼 있어도 근로자나 사업자 모두 준법정신이 약한데다 근로감독 등 행정력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업장이 수두룩하고 많은 근로자들은 임금을 떼이기 일쑤다. 이에 반해 외국인 근로자들의 경우 조그만 불이익만 받아도 외국인보호센터 등을 통해 목소리를 높이기 때문에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를 들어 국내 영세근로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한뒤 고용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왜 강행하나 =노동부는 현행 산업연수생제도 아래에서의 외국인 인권유린행위와 불법체류자문제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선 고용허가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권기홍 노동부 장관은 이와관련, "불법체류자를 8월말까지 유예해 주고 또다시 편법으로 이를 유예해 준다면 법치국가로서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고 말해 고용허가제 도입배경으로 불법체류자문제 해소에 무게를 실었다. 노동부는 또 고용허가제는 중소기업 인력부족문제 해소에 도움이 되고 기업과 외국인이 구인.구직활동을 지금보다 자유스럽게 벌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건비상승 지적에 대해서도 연수생에게 제공되는 숙박비 식사비용 부담이 없어지기 때문에 실제 상승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사안을 놓고 재계와 정부의 해석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정부의 정책가치가 실리보다 명분에 쏠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 고용허가제 도입 가능한가 =정부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외국인근로자의 고용허가 및 인권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이번 임시국회에 통과시켜 내년 7월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국회는 16일 고용허가제 도입 관련 토론회를 가진데 이어 17일 공청회와 18일 법안심위를 거쳐 20일께 환경노동위에서 통과여부를 결정, 전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당내에서조차 시범실시후 문제점 보완이라는 조건부 도입을 주장하는 의견이 있는데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시기상조를 내세우며 반대하고 있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