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이어 시리아가 미국의 다음 군사공격 대상이 될 것인가. 미국의 압박공세가 거세지면서 또 다른 전쟁을 전망하는 시각도 있지만 미국이 시리아를 상대로 군사행동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동전문가나 군사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 근거들은 다양하다. 우선 미국이 당장 새로운 전쟁을 치를 여유도 없고 분위기도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영국 왕립합동국방연구소(RUSI)의 대니얼 니프 연구원은 "미국은 이라크전을 치르면서 군사작전상 어려움을 물론 정치적으로도 반전여론과 유엔의 반발 등에 직면해 큰 곤경을 겪었다"며 "또다시 쉽게 전쟁에 돌입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엔의 결의나 뚜렷한 명분도 없이 전쟁을 벌여 전세계에 `반미' 여론이 퍼진데다 최근에는 이라크재건의 유엔개입을 둘러싼 마찰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마당에 더 큰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시리아에 대한 군사공격을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내 여론의 변화를 이유로 제시하는 분석도 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마이클 클라크 연구원은 "이라크와 달리 달리 시리아에 대해서는 미 국민의 여론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며 "미국민들은 시리아와 협력해 이라크 문제를 마무리하는 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분위기 역시 시리아를 설득해 이라크 지도부나 헤즈볼라 등 게릴라를 지원하지 않도록 하고 대신 중동평화정착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양보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시리아가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스스로 무덤을 파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도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중동문제 권위자인 영국 워릭대의 토니 도지 교수는 "시리아는 미국의 사격조준기 앞에 설 만큼 어리석거나 우둔하지 않다"며 "미국으로부터 현실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를 넘겨받거나 후세인 정권 지도부를 비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14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시리아가 후세인 정권 지도부를 은닉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말해 시리아가 현실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밝혔다. 시리아가 미국의 압박을 받을 정도로 이라크와 긴밀한 관계를 갖게 된 것은 중동지역에서 두 국가에서만 바트당이 집권하고 있다는 것이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50년대 성립된 바트당은 아랍어로 `부활'을 의미하는 바트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위대한 아랍의 부활과 통일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이스라엘를 몰아내고 통일 아랍국가를 건설하자는 공통 목표가 있는데다 `반미'라는 정책노선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 범아랍권 형성에 관심이 큰 두 국가를 긴밀하게 묶고 있는 것이다. (런던 AFP=연합뉴스) karl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