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계는 이라크 전쟁이 조기 종결될 조짐이 완연해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간 자제했던 투자를 재개하고 재고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으나 과연 이것이 올바른 선택인지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고 미국 경제주간 비즈니스위크 최신호가 분석했다. 비즈니스위크 21일자는 `전후 비즈니스의 몫'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쟁이 재계의 바람대로 조기 종료로 치닫고는 있으나 "세계 경제에 드리워온 위험 요소들이 상당 부분 존재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이런 장애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전후 이라크문제와 관련한) 외교만큼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분석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미국은 전후 이라크 재건이라는 어려운 과제와 함께 반전 움직임과 관련해 유엔및 유럽과 관계가 서먹서먹해진 점도 치유해야 하는 처지다. 여기에 국제사회의 반미 감정이 전례없이 고조된 점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이들 과제를 극복한다면 오랫동안 워싱턴을 괴롭혀온 중동 문제를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크게 부상할 수 있는데 반해 실패할 경우 국제 긴장이 고조되고 이것이 결국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다. 이유는 자명하다. 미국 주도의 세계화가 가속되면서 다양한 부문에서 국제사회의 연계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건 스탠리의 스테픈 로치 수석연구원은 "전후 처리가 세계화에 대한 큰 도전"이라면서 "전후 회복의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그 대가가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치의 경고는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상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반드시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설사 이견이 있더라도 `경제우선원칙'에 입각해 서로가 이견을 누그러뜨리는 노력을 보일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전쟁의 후유증이 어떤 식으로든 경제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소비와 기업 비즈니스가 지난 1.4분기 위축됐으며 이것이 성장의 발목도 붙잡고 있다는 것이다. 설사 이런 부정적 요소가 해소된다고 해도 미 경제가 즉각 회복세로 반전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90년대의 하이테크붐 때 이뤄진 과잉 투자가 여전히 장애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애보트 라보라토리스의 마일스 화이트 최고경영자는 "종전이 불확실성을 낮추는 데는 기여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것이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150개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들로 구성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조사해지난 10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향후 6개월간 미국의 성장은 2.2%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전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상승을 막는 부정적 요인으로 4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미국 다국적 브랜드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며 둘째는 무역자유화 협상에서 타협이 더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중동 사태가 더 꼬이면서 테러 위협이 높아져 이것이 결국 기업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미국의 경우 하이테크 부문에서 절실한 외국 고급두뇌 유입에도 제동이 걸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전쟁에 반대한 프랑스, 독일 및 러시아 등 유럽국들이 전후 이라크 복구에 현금과 각종 지원을 제공하는 식으로 미국의 `고립을 심화'시키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반미 감정의 돌팔매가 미국 다국적 브랜드에 더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에 전문가들은 공감한다.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은 "반미 감정이확산되면서 특히 유럽시장 확대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슐츠는 "과거에는 미국 브랜드가 최고로 평가됐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또다른 대표적 미국 브랜드인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와 양판 체인 월마트 역시 반미 감정이 확산됨으로써 타격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무역 협상에서도 전후 후유증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과 주요 무역 대상국간에 전쟁으로 인한 감정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뉴라운드협상 타결이 더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 예로 미국이 앞서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원했으나 이라크 전쟁으로 틈이 벌어져 향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식통들은 오는 9월 멕시코에서 열리는 WTO 각료회담에서 당장 그 후유증이 나타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유럽정책연구소(CEPR)의 마크 웨이스브롯 공동소장은 "미국이 더 고립될 것으로 본다"면서 "WTO 협상에서 공감대 형성이 절실한 시점이라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테러 위협이 고조되면서 기업의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점도 경제의 발목을 붙잡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기업들이 안전을 보강하는 것이 다 돈이며 특히 테러 위험이 높은 국가에서 거점을 빼내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작업 역시 경비 부담을 높인다는 것이다. 플렉스트로닉스 인터내셔널의 마이클 마크스 최고경영자는 "기업의 보안강화 문제가 조금씩 부상할 것이나 경비를 높이는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테러 위협과 관련해 이민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미 기업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ADC 텔레커뮤니케이션의 리처드 로스킷 최고경영자가 지적했다. 그는 "기술 혁신이 특히 필요한 하이테크 기업의 경우 외국 두뇌에 크게 의존해온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민 규제가 이런 점에서 해당 기업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기업들이 전쟁 후의 이런 어려움들을 잘 극복할 경우 오히려 상승 작용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 "백악관이 이런 면에서 심리적으로 잘 리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전쟁에 반대해온 유럽국들이 전후 이라크 복구와 관련해 `실용적인 접근'을 취할 경우도 미국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독일 및 러시아 등이 이라크 복구를 현금 지원하는 등 당근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워싱턴 소재 국제경제연구소(IIE)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은 "전쟁이 끝나면 분위기가 경제 문제에서 서로 협조하는 쪽으로 전환될 것"이라면서 미국이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