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지도자들이 은신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비밀 지하터널을 찾아라" 바드다드 점령에 성공한 미군은 그 동안 소문으로 전해져 내려온 비밀 지하터널과 벙커를 찾는 데 총력전을 펴고 있다. 대통령궁을 비롯한 정부 관공서와 군 사령부 건물을 샅샅이 뒤졌음에도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대량살상무기와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자들이 비밀 지하터널에 존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자체 판단 때문이다. 미군은 대량살상무기와 보물, 이라크 지도자들을 숨긴 안전 가옥들과 군사 거점,대통령궁을 서로 연결하는 지하터널이 수십 ㎞에 걸쳐 뻗어있다는 소문에 주목, 지하 요새의 위치 파악에 정보력을 집중하고 있다. 미군은 지난 달 20일 개전 이래 지금까지 비교적 수월하게 작전을 전개, 후세인정권의 지상 방어망을 궤멸시키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뒀으나 이라크전의 `마지막전선'이 될 지도 모를 지하 요새 수색작전은 결코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고 바싹 긴장하고 있다. 핵심 군사시설과 중요 거점을 연결하는 지하터널과 벙커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소문은 무성하나 미군은 이를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정보를 거의 확보하지 못한데다가 자칫하면 베트남전의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전 당시 북베트남인들과 베트콩들은 광범위한 지하 비밀 통로망들을 건설,지상 중요 거점들을 확보한 미군을 상대로 집요한 저항투쟁을 전개해 전쟁을 승리로이끌었다. 미군 중부사령부의 마크 키첸스 대변인은 "이라크의 정권 형태로 볼 때 터널들은 무기를 숨기는 이상적인 장소이자 (지도부의) 은신처 및 비밀 탈출로의 기능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감시확인위원회의 에웬 부차난 대변인은 "다양한 정보와 소문이 있다. 98년유엔 무기 사찰단이 일부 대통령궁 아래서 벙커와 터널이 연결된 곳을 발견했다"며지하 요새 존재설을 뒷받침했다. 이라크 반체제 과학자로 분류돼 투옥됐다가 탈출한 후세인 알-샤흐리스타니는지난 4일 CBS방송과 회견에서 바그다드 지하에 대량살상무기를 숨겨놓을 목적으로 100㎞의 지하망을 건설하는 계획이 후세인 정권의 주도로 추진됐다고 주장했다. 일간 피츠버그 트리뷴-리뷰도 지난 8일 미국 해병대원들이 최근 바그다드 남부알-투와이트하 소재 이라크 원자력청 소유의 건물 아래서 지하 연구소와 창고, 사무실이 연결된 지하 요새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14개 건물에서 방사능 물질과 원자력 잔류물이 검출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팀이 이 도시를 방문했으나 지하시설을 조사했는지 여부는 알 수없다고 덧붙였다. 8일에는 바그다드 외곽 공항에서 미군 101 공중강습사단 요원들이 대리석 바닥에 천정 높이가 3m이고 밝은 조명시설이 설치된 12개 방을 발견했다. 이들 방에는사람은 전혀 없고 담배꽁초와 차봉지 등이 남겨져 있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작년 12월 "이라크는 엄청난 길이의 지하 터널을 보유하고 있다. 지상의 사찰단이 지하에서 벌이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유엔의 대량살상무기 사찰의 무용론을 주장한 바 있다. 미군이 바그다드 진격을 앞두고 지하 깊숙한 곳까지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2000파운드급 폭탄들을 집중 투하한 것도 중요 건물마다 지하에 대규모 벙커가존재할 것이라는 첩보와 무관하지 않다. 미군은 향후 지하 요새 확인 과정에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격 조정되는 로봇에 카메라와 조명장치를 부착해 지하에 투입할 계획이다. 지하 전투에서 완패한 베트남전의 교훈을 감안한 데 따른 조치다. (뉴욕 AP=연합뉴스)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