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연합군의 잇단 `오폭'으로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하고 취재 기자들까지 최악의 수난을 당하고 있다. 미군은 또 8일 사담 후세인 대통령 등 이라크 수뇌부의 회동 정보를 입수, 바그다드의 주택가에 고성능 폭탄을 투하했다. 아직 후세인 대통령의 생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폭격으로 14명이 숨지는 등 비인도적 희생이 증가하고 있다. 아랍 언론과 대중은 미군의 무분별한 공격 목표 선정과 책임 전가식 변명에 분노하고 있다. 특히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 목적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회의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심지어 이번 전쟁이 후세인 대통령과 그 정권에 대한 전쟁이 아니라 이라크 국민을 겨냥한 전쟁이라며 혹독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사우디 일간지 아랍뉴스는 8일 연합군의 바그다드 진공 과정에서 발생한 무수한 민간인 희생자를 지적하며 "더이상 후세인 정권에 대한 전쟁이 아니라 이라크 국민을 겨냥한 전쟁"이라고 단언했다. 아랍어 일간지 오카즈는 이 전쟁의 목적이 일개주권국민을 미국이 지배하는 세계 질서의 추종자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요르단 타임스와 레바논의 데일리 스타는 미군의 포격으로 바그다드에서 취재기자 3명이 숨진 사실을 주요 뉴스로 다루면서 전쟁 윤리마저 저버린 비인도적 처사라고 미군측을 비난했다. 그런가 하면 리비아의 알-줌후리아지는 아랍권의 분열로 미국의 침공을 차단하고 이라크를 지원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며 아랍 지도자들의 무능과 배신을 꼬집었다. 이집트 최대 일간지 알-아흐람도 이라크 전쟁은 이라크를 절멸시키려는 전쟁이며 이라크 국민을 독재에서 해방시키려는 전쟁이 결코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대표적 야당지인 와프드는 국제 언론 매체들이 세계 대다수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이성적 목소리에 접근해주도록 촉구했다. 이집트 반관영 일간지 알-곰후리아의 사미르 라갑 주필은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무력 앞에서 무너지는 바그다드의 현실을 비통해하면서 침략자들에 대항해 게릴라전을 펴도록 독려했다. 그는 1천여년전 압바스 왕조 시절 바그다드를 통치했던 칼리프하룬 알-라시드를 상기하며 "아랍인들은 어느날 아침 일어나 하룬 알-라시드의 수도가 약탈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집트의 대표적 언론인인 라갑 주필은 또 "침략자들이 굴욕적으로 퇴각할때까지 무장 투쟁과 자살폭탄 순교를 감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집트 유력 일간지 알-아크바르의 갈랄 드웨이다르 국장도 바그다드가 연합군에 함락될 것은 거의 분명하지만 "이라크 국민이 후세인 정권에 대해 품는 반감과는 상관없이 연합군에 맞서 격렬한 저항을 계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이로의 한 중학교 영어교사인 하젬 아흐마드(32)는 미군이 이라크에서 자행하는 살육전은 "후진 미개국 군대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이들에게서 초강대국의 면모를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보부 공무원인 파티마 알다시(여.45)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애초부터 정당한 명분도 없었지만 전쟁 감행 후에도 수시로 명분을 바꾸면서 유치한 궤변으로 세계인을 우롱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그는 전쟁 후 이라크 뿐 아니라 중동 전지역이 상당기간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며 그 모든 책임은 미국과 영국 및 이들을 지원한 일부 아랍 국가들에 있다고 경고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