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그 중 낯가죽과 속마음이 두껍고 시커먼 자를 택해 그를 따르고 그렇지 않을 경우 그를 거울삼아 자신을 바로잡는다.' '논어'의 '술이' 편에 나오는 구절을 패러디한 문장이다. '후흑학(厚黑學)'의 저자 리 쭝우는 이같이 공자 맹자와 '삼국지'의 영웅들을 면후심흑(面厚心黑·두꺼운 낯과 시커먼 마음)의 대가라고 꼬집는다. 조조가 여백사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을 무고히 죽인 일이나 유비가 해결할 수 없는 일 앞에서 무조건 대성통곡하여 문제를 푼 것이 모두 면후심흑의 달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21세기정치연구소의 신동준 박사가 리 쭝우의 '후흑학'을 번역,발간했다. 제목은 '난세를 평정하는 중국 통치학'(효형출판,1만9천원). '후흑학'은 공맹 비판 서적 혹은 처세술을 기록해놓은 책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리 쭝우는 후흑을 통해 외세의 침략에서 나라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후흑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면 비겁한 처세술일 뿐이지만 나라를 위해 사용하면 훌륭한 통치학이 된다. 마오쩌둥이 '후흑학'을 탐독한 뒤 1960∼1970년대 대륙을 뒤흔든 문화대혁명을 일으켰다는 소문이 일기도 했으며 중국 정부가 마르크시즘 이후의 통치철학으로 '후흑학'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책은 1,2차 세계대전 당시 구국(救國)을 위해 리 쭝우가 집대성한 후흑구국(厚黑救國) 사상의 모든 것을 원저자의 뜻을 최대한 살려 번역해낸 것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