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KBS2 오후 10시50분)='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절제된 연출 솜씨를 보이며 데뷔했던 허진호 감독이 3년만에 내놓은 두 번째 영화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대사와 함께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을 옛 사랑의 상처를 소리없이 헤집어 놓았던 작품이다. 눈물이 흐르지는 않지만 가슴 한구석을 은은하게 아프게 하는 여운이 남는 영화. 사랑이 식어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나른한 시선은 너무 잔잔하게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맞아 나도 저랬어'라는 말이 나오게 만드는 작품이다. 상우(유지태)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아버지,고모와 함께 살고 있다. 사운드 엔지니어인 그는 자연의 소리를 찾아다니며 녹음을 한다. 상우는 강릉 라디오 방송국의 자연의 소리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그 방송국의 아나운서 겸 프로듀서인 은수(이영애)와 만나게 되고,함께 녹음 여행을 떠난다. 풍경소리와 눈 오는 소리,파도소리 등 잔잔한 자연의 소리들을 담으며 두 사람은 점차 사랑에 빠진다. □바이센테니얼 맨(MBC 오후 11시10분)=진짜 인간이 되기 위한 로봇의 2백년의 여정을 담았다. 로봇의 의미를 최초로 정의한 공상 과학 소설의 대부 아시모프가 가장 아끼는 소설 '바이센테니얼 맨'을 원작으로 했다. 미래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과 유머가 듬뿍 담긴 시나리오는 할리우드의 히트 메이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과 로빈 윌리엄스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2005년 미국 뉴저지.리처드(샘 닐)는 가족을 깜짝 놀라게 해줄 선물을 큰 맘 먹고 구입한다. 이 로봇은 번거로운 가사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장난감으로도 적합한 일석이조의 선물이 되기에 충분하지만 가족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로봇 앤드루는 리처드를 주인님으로,자아도취에 빠진 그의 아내를 마님으로 부르며 공손하고 부지런한 가사 로봇의 소임을 다한다. 그러나 기계답지 않은 이상한 질문들을 던져 때로는 가족들을 곤란하게,때로는 요절복통하게 만드는 등 점차 그의 요상스런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