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마산 인근의 합포만을 끼고 있는 두산중공업 창원공장. 지난달 12일 노동부 장관의 직접 중재로 노사분규가 마무리되면서 1백30만평 규모의 이 공장은 평상을 회복했다. 노조측이 조합원의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에 맞춰 벌이던 선전전도 사라졌다.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간부들로 북적이던 노조사무실도 차분한 분위기를 되찾았다. 회사초입의 벚꽃까지 화사하게 만개해 언뜻 보기엔 모든게 잘 돌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작업현장으로 복귀한 조합원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일터로 돌아왔지만 일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이 발주하던 발전설비를 독식하면서 2∼3년치 조업물량을 쌓아 놓고 있던 한국중공업 시절과는 상황이 판이합니다."(이수영 홍보담당 상무) 두산중공업이 세계 최고의 기술과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랑하는 담수화플랜트 설비공사장은 텅 비어 있다. 하루 5만8천t의 담수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이 90m, 폭 30m, 무게 3천5백t의 초대형 증발기를 완전 조립할 수 있는 대형 야드(yard)는 지난해 8월 이후 빈 터로 남아 있다. 대형 해수담수화 플랜트 공사 5건을 동시에 병행할 수 있는 설비와 인력을 갖췄지만 일감이 없어 놀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두산중공업의 공장가동률은 70% 안팎. 전에는 파업이 끝나면 납기를 맞추느라 야간근무에 들어가는 등 곧바로 생동감을 되찾았으나 지금은 일감 자체가 없어 분위기가 영 딴판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보일러 공장과 터빈공장, 발전기공장은 이미 가동률이 평균 이하로 떨어졌다. 터빈공장은 노사분규때 GE가 2억여달러의 계약물량을 취소하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평균 가동률이 60%선으로 추락할 것"이라며 "종업원들이 고용불안을 피부로 느끼면서 심리적인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노조에서조차 일감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22일 신임 김대중 사장과의 상견례에서 박방주 노조위원장의 첫 마디도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물량확보에 힘써 달라"는 것이었다. 두산중공업은 한국기계산업의 메카인 창원국가산업단지 전체 매출의 1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장직 근로자만 3천5백명에 이른다. 창원 지역경제뿐만 아니라 수많은 협력업체의 생사를 좌우한다. "수주감소를 파업과 같은 노사분규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고용안정은 경영진과의 싸움을 통해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보장해 준다는 점을 노사 모두 실감하고 있습니다."(정석균 관리본부장) 창원=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