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다소 소강국면에 접어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바그다드 남쪽에 진을 치고 있는 미군병력이 잔뜩 웅크린 채 진격기회를 노리고 있다. 기자가 속한 미군 제101공중강습사단 제1전투여단(BCT) 전방지원대대(FSB)는 쿠웨이트 북부에서 이 곳까지 오는 동안 꼬박 나흘 간의 강행군으로 지친 몸을 추스린뒤 31일(현지시간)부터 본격적인 임무 수행에 들어갔다. 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곳 병력의 임무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주임무는 같은 여단 소속인 제1-3전투대대에 화력과 유류, 식량, 식수를 공급하는 것이고 다른 임무는 이들과 함께 작전에 임하면서 전투력을 지원하는 것이다. 대대 지휘관인 드웨인 갬블 중령은 30일 밤 임시 막사에서 이날 아침까지 6시간넘게 마라톤 회의를 소집했다. 장교들과 고참 하사관들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향후이동경로 장악을 위한 정찰작전에 관한 사항이 주로 논의됐다고 배석한 한 관계자는전했다. 병사들은 이날 아침 6시 날이 밝자마자 각종 중장비를 동원해 물자와 화력 이송,진지 구축 작업에 돌입했다. 나흘간 진군한 뒤 곧바로 임무에 들어가는 게 힘들지않느냐는 질문에 마크 호튼 대위는 "지금은 전쟁상황인데 그런 걸 따질 여유가 없다"고 대꾸했다. 30일 밤에도 전투기와 공격용 블랙호크 헬기가 날으는 굉음이 끊임없이 들렸다.북쪽으로 날아갔다 남쪽으로 되돌아오는 전투기 궤적이 밤 하늘에 어렴풋이 보였다.가끔 멀리서 `쿵 쿵'하는 폭발음이 들리지만 병사들은 별일 아니라며 그다지 관심을두지 않는다. 임시캠프 경계선에 도열한 보안 병력만 매서운 눈을 번득일 뿐 대다수병사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임무에 임하고 있다. 대대본부의 맥다리스 상사는 "이 곳에서 지금 하고 있는 준비가 앞으로 전투의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준비가 충실하지 못하면 진격을 하더라도 실패하거나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곳 미군 병력은 앞으로 있을 엄청난 격전에 대비해 지금은 철저하게 `정중동'(靜中動)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전날 정찰을 나갔다 돌아온 보나피스 대위는 "여기 부터는 1km 전진하기가 앞서100km를 달려온 것보다 더 힘들지 모른다. 사방 어디에 적이 도사리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2번의 정찰에서 큰 문제는 없었다는 보나피스대위는 덧붙였다. 기자가 속한 101공중강습사단 병력이 앞으로 어떤 식의 작전을 전개할지, 앞서진군한 제3보병사단이나 해병원정대와 어떤 식으로 협공을 취할 지, 정말 블랙호크다운식 작전으로 헬기에서 밧줄로 낙하하는 위험천만한 진격방법을 택할 지 등 작전에 관련된 사항은 철저하게 보안에 부쳐져 있다. 따라서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얼마나 이동할 지는 이 곳 병력의 중간급 간부들도 대부분 알지 못한다. 지휘관과 극소수 작전 장교만 알고 있는 일이고 그 또한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 장교는 10일 전 캠프 펜실베이니아에서 일어났던 수류탄 테러사건을 생각해보라면서 내부단속이 철저하지 않으면 전투도 하기 전에 사상자가 생길 수 있다고말했다. (바그다드 남쪽 150km 지점 이라크 중부사막=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