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농민 1명이 24일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80㎞ 떨어진카르발라 지역에서 작전을 벌이던 미군 AH64D 아파치 헬기 1대를 격추한 것으로 이라크 TV가 대대적으로 보도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전했다. 미국 CNN 방송이 `이라크와의 대결'이란 제목으로 이에 관련한 방송을 시작하자동시에 이라크 TV도 검은색 바탕 화면에 흰 글씨로 "최후의 심판에 처한 전쟁"이라는 자막을 내보내면서 추락한 헬기가 투하했을 것으로 보이는 헬파이어 미사일과 미군 1기갑부대 소속 배지를 단 2개의 헬멧과 추락한 헬기를 보여주었다. 아파치 헬기를 격추한 파틀라족 출신의 농민 알리 오베이드 멩가쉬 씨는 긴 회색 옷을 입고 머리에는 흰색과 검정색이 혼합된 케피야 두건을 쓴 채 이라크 기자와한 인터뷰에서 "나의 형제들과 나는 그것이 머리 위로 왔을 때 사격을 가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런 소식을 전하던 이라크 TV 아나운서는 갑자기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아파치헬기가 최고 성능이라고 하더니 우리의 영웅적인 전투원이 그것을 소총으로 격추했다"고 비꼬면서 방송을 이어갔다. 이라크 텔레비전 방송은 추락한 아파치 헬기 조종사들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나중에 이들을 줄지어 세운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텔레그래프는 말했다. 이와 함께 다른 한 대의 아파치 헬기가 이 지역 근처에서 다른 원주민들에게 격추됐다는 보도가나오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연합군은 추락한 헬기 조종사들을 구하기 위해 작전을 취소하 면서 연합군 전투기를 긴급 투입해 구조에 나섰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지난 95년 보스니아 상공에서 추락한 미국 F16 전투기 조종사 스콧 오그래디 공군 대위가 세르비아군의 포위를 뚫고 도망쳐 6일간을 보낸 이래 미군 전투기 조종사가 적지에 떨어져 포로로 잡힐 수 있는 상황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이라크 각료들은 이번 전쟁에서 미군들과 곳곳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원주민들과 예비군들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모하메드 사에드 사하프 이라크 공보장관은 24일 바그다드에서 외신 기자들에게"이라크 예비군과 전투원들, 이라크 부족민들이든 아랍 바트 사회당 전투원이든 아니면 일반 국민이든, 이라크 전역에서 이런 사람들이 수십만명이 퍼져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를 공격하는 미군을 열대에서 다른 동물의 목을 졸라 죽이는 큰 뱀인 보아 뱀으로 묘사하며 "우리는 보아 뱀을 산산조각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라크 국방부에 따르면 바트당 소속 준 전투원은 무장인원만 100만명 수준이며,이들은 로켓 추진식 수류탄과 소총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은 이라크내 부족들이 정권에 반대해 봉기하던 지난 91년 이후 부족 지도자들에게 토지나돈을 주며 끌어들이는 유화책을 적극 펴왔다. 한편 이번 이라크 농민의 아파치 헬기 격추가 사실이라면 이는 전세계 전투 역사상 1918년 이후 `최대의 행운'으로 꼽히는 사격이 될 것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918년에는 호주 군인 세드릭 바셋 포프킨 병장이 프랑스 보수르 솜 인근에서 자신의 위를 날아가는 독일 삼엽 비행기를 목격하고 공중으로 소총을 발사해 믿을 수 없게도 비행기 조종사를 맞혀 비행기를 격추했다. (서울=연합뉴스)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