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전쟁 보도로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했던 아랍어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는 전쟁 희생자들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도해 미국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인터넷판이 24일 보도했다. 수백만명의 중동지역 시청자들은 이번 주말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이라크인과 미군 희생자들의 모습을 안방에서 생생히 지켜볼 수 있었다. 알-자지라는 연합군의 바스라 공격으로 머리를 다친 12살 가량의 어린이의 모습을 방영한데 이어 23일에는 포로로 붙잡힌 미군 병사들의 이라크 TV 인터뷰 장면을내보내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으로부터 제네바 협약을 위반한 처사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로 붙잡힌 아들(23)의 모습을 본 미국 뉴멕시코주의 한 여성은 "TV를 통해 사로잡힌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악몽과 같다"면서 아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희망했다. 미국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알-자지라 대변인은 "우리는 화면을 만들어내지 않았으며 있는 그대로를 방영했다"면서 "이것은 전쟁의 한 단면이며 전쟁의 모든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반박했다. 1996년 개국한 알-자지라는 카타르 도하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개국 6여년만에 아랍권 최대 위성뉴스 방송으로 성장했다. 알-자지라는 아프간 전쟁 당시 탈레반 정권이 취재를 허용한 유일한 외국 방송으로 숱한 특종을 올려 서방에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오사마 빈 라덴의 육성 메시지를 그대로 보도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았으며 카불의 알-자지라 사무실은 미국의 '스마트' 폭탄에 맞아 파괴됐었다. 알-자지라는 이번에 7명의 기자들과 20명의 지원팀을 파견했으며 이와는 별도로 몇몇 기자들을 미군과 영국군 종군취재에 투입해 서방 언론들과 보도 경쟁을 벌이고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윤정기자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