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쿠웨이트에 몰려있는 1천명 가까운 외신기자들의 관심은 온통 어떻게 이라크에 들어갈 것인가에 쏠려 있다. 미.영국군이 이라크로 진격해 들어가 바스라를 함락하고 바그다드로 올라가면이들도 재빨리 이라크로 취재무대를 옮기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상당수 기자들은 사막지대에 알맞은 4륜구동형 자동차를 빌려 여유분 기름통까지 가득채워놓고 이라크 입성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개전후 3-4일이면 바스라에 들어가고 1주일이면 바그다드 근처까지 갈수 있으리라던 일각의 낙관적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전쟁이 2주 내에 끝나지 않으면 몹시 놀랄 것"이라던 한 독일 기자의 장담도불과 며칠 사이에 쑥 들어가버렸다. 미군이 진군만 하면 바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던 바스라는 개전 나흘째인 23일까지도 여전히 장악되지 못했다. 심지어 쿠웨이트 코 앞에 있는 움 카스르에서도 이날 낮까지 격렬한 전투가 전개됐다. 개전후 며칠이면 바스라가 떨어지리라던 낙관적인 전망만 믿고 무턱대고 이라크로 들어갔던 영국 취재진은 이날 전투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특히 이날 이라크 남부 도시 나시리야에서 미군 병사들이 대거 목숨을 잃거나부상하고, 일부는 사로잡힌 사실이 알려지면서 단기전을 점치던 기자들 사이의 분석은 급속히 퇴조하고 있다.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이라크군의 저항능력은 '거의 허깨비 수준'일 것이라던당초 예상보다는 훨씬 강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이라크군은 움 카스르와 바스라, 나시리야 등 남부 도시 곳곳에서 미.영국군과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연합군이 바스라를 거쳐 바그다드 인근까지는 거의 무혈입성 하리라던 분석과는달리 이라크 남부로 들어간 미.영국군은 이라크군의 기습 공격 공포에서 벗어나지못하고 있다. 이라크군은 연합군의 바그다드 공습에 맞서서도 대공포를 쏘며 완강히 저항하고있다. 23일엔 공습에 나선 영국군 항공기가 바그다드 상공에서 격추당해 비상 탈출한조종사 2명을 찾아내려는 대대적인 수색작전이 벌어졌다고 아랍언론들은 보도했다. 아직까지 한 번도 목표물을 맞추지는 못했지만,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 능력도당초 예상보다는 위협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향해 발사한 10여발의 미사일들은 모두 빗나가거나 요격됐지만 정유공장이나 미군 캠프 등의 목표물을 비교적 정확히 겨냥한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이라크는 아직 생화학무기 공격을 시도하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단계에서 감춰둔미사일을 이용해 미군이나 쿠웨이트를 향해 생화학 미사일 공격을 가한다면 엄청난타격을 안겨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라크는 또 아직 한 번도 항공기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항공기를 이용해 연합군에 맞설 능력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영국 공군 관계자는 말했다. 이라크군은 무엇보다 바그다드를 배경으로 대대적인 시가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0만여명의 병력을 시내 민간인지역 곳곳에 배치해 연합군과 시가전을 펼칠 경우 바그다드 함락은 1-2주는 커녕 1-2달이 지나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고개를들고 있다. 미군만 진격하면 곧이어 이라크로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쿠웨이트시티의 외신기자들은 잇따르는 미.영국군과 기자들의 살상 소식에 선뜻 움직일 엄두를내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 주민들의 따듯한 환영을 받으며 거의 무혈입성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릴 수도 있으리라던 미.영국군측의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간채 `이라크 자유' 작전은 초기부터 유혈이 낭자한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쿠웨이트시티=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