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전운에 휩싸인 중동 전역은 극도의 긴장상태에 빠져있다. 중동으로 들어가는 물류 수송이 전면 중단된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기업과 상점이 문을 닫아 사실상의 경제 활동이 멈춘 상황이다. 정종래 KOTRA 바그다드무역관장은 18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거리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도시 전체가 마치 폭풍전야처럼 고요하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바그다드에 있다가 지난 8일부터 요르단 암만으로 잠시 피신해 있는 정 관장은 "현재 이라크에는 한국 유학생가족 세 사람만 남아있고 지상사 직원과 가족은 모두 인근 국가로 철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정 관장은 "무역관에 남아 있는 현지 직원에게 연락해 보니 부시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주유소마다 기름을 확보해 두려는 차량 행렬이 장사진을 치고 있고, 걸프전 때 식수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어 며칠새 집안에 우물을 파는 가정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현지 경제상황 파악을 위해 요르단 자르카 자유무역지대를 찾았다는 정 관장은 "한국산 중고 자동차를 수입해 이라크에 판매하고 있는 한 업체의 사장을 만났더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이라크만 쳐다보고 있다'는 말만 했다"고 전했다. 정 관장은 "지난 수년간 월평균 3천대의 한국 중고차들이 이곳을 통해 판매돼 왔는데 전쟁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주문이 완전히 끊긴 상태"라며 "전쟁이 빨리 끝나지 않으면 우리 자동차의 대중동 수출길이 막힐지도 모를 지경"이라고 우려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