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초였다. 당시 데이콤 전무로써 CFO(재무책임자)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때 LG그룹이 데이콤을 인수하자 진로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데이콤에 남을 것인지,아니면 독립해 사업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2000년초만해도 벤처업계가 매우 활황이어서 대기업에 종사하는 것보다 자신의 기업을 일구는 것이 보다 가치있고 장래성이 있다는 분위기였기에 독립을 택했다. 이에따라 청춘을 다 바쳐온 정보통신 분야에 공헌 한다는 생각에서 벤처사업을 일구는 인큐베이팅 회사 "아이클러스터"를 설립하게 됐다. 그러나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2000년 4월 회사를 설립하자마자 IT(정보통신) 벤처거품이 사라지고 코스닥 등록 회사들의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주가가 10분의 1로 추락한 회사들이 부지기수였다. 하필이면 내가 사업을 해보겠다고 나선 시기에 벤처 붐이 식고 불황이 닥쳤는지 낙심천만이었다. 벤처 인큐베이팅 사업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나는 직접사업을 경영하는 체제로 회사를 변모시키고 경영일선에 나서게 됐다. 호스텍글로벌이라는 회사의 경영인이 된 것이다. 이 회사의 전신은 동미테크다. 낚시대 같은 레저.스포츠용품을 제조하는 업체였는데 인수하자마자 사양 사업인 낚시대 제조업을 퇴진시키고 유망성있는 IT사업을 접목시켜 IT기업으로의 이미지 변신을 추진했다. 낚시대 부문을 정리,회사의 적자부문을 제거했다. 서버호스팅사업과 솔루션사업체를 합병하여 제조업체에서 IT기업의 모습으로 완전히 변환시킨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2000년만해도 90억원 매출의 낚시대 제조회사가 2002년에는 1백4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정보통신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물론 나는 회사를 제조업에서 정보통신회사로 바꾸는 과정에서 상당한 적자를 감수해야만 했고 또한 1백30명이었던 직원들도 40명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해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직원수 1백명에다 올해 매출액 3백억원에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는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기업에서 벗어나서 벤처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시련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예견은 했지만 사업을 일구는 것이 이렇게 힘든지는 정말 몰랐다. 특히 거품이 사라지면서 모든 투자활동이 동결됐다.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과 꼭 필요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 같다. 나를 믿고 투자해준 투자자들과 함께 뛰고 있는 직원들에게 빠른 시일 내에 보답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jcpark@inempi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