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진용을 갖추기 무섭게 '경기 안정대책 짜내기'에 부심하고 있다. 주가 환율 등 시장지표는 물론 생산 투자 소비 등 거시경제 전반의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11일 하룻동안에만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가 열린 것을 비롯해 4건의 '협의회'가 소집돼 경기대책이 집중 논의됐다. 국무회의에서는 공식 안건이 보고된 뒤 경제관련 장관들이 설비투자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고, 김진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박승 한국은행 총재 주재로 각각 열린 은행장 간담회및 금융협의회에서는 금융회사의 주식투자 확대방안이 모색됐다. 김광림 재경부 차관이 사회를 본 금융정책협의회에서는 카드회사 건전성 감독 강화와 대주주 증자 유도 등이 논의됐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경제 챙기기'에도 불구하고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안정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많다. 주가하락과 내수소비 부진,미·이라크 전쟁 가능성과 북한의 핵파문 등 '단기 처방'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제들이 첩첩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 투자활성화 위해 각종 심의기간 단축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은 '투자부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을 했다. 경유승용차 판매를 허용하고 동부전자 등 공장증설 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심의기간도 단축하는 방안들에 대해 논의했다. 공장을 설립하는 기간이 줄어들고 규제가 완화되면 기업들이 투자를 앞당겨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게 정부의 기대다. 그러나 대외부문의 불안정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데다 출자총액 제한제도와 수도권집중 억제정책 등 근본적인 투자규제 정책들이 온존하는 상황에서 투자 활성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중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동향분석실장은 "기업의 설비투자가 부진한 이유는 어느 부문에다 투자를 해야할 것인지 비전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북핵 문제와 미.이라크 전쟁 등 경기변동 전체를 좌우하는 요인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확대는 부분적으로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은행 등 주식투자 확대 유도 김 부총리는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금융회사 자금이 가계 대출과 채권 매입에만 지나치게 집중돼 가계부실과 채권값 상승을 야기하고 있다"며 "주식시장을 살리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기금 뿐만 아니라 은행들도 주식에 투자하도록 자금운용 상황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자율적으로 마련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 대책은 고객자산을 운용하는 은행들의 투자 위험을 높여 부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주식시장 안정방안으로 시장에서 요구하고 있는 세금혜택 확대 등에 대해서는 조세형평성 등을 이유로 정부가 반대하면서 은행에는 주식투자를 늘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정부내에서도 금감위,재경부 금융정책국 등 금융당국은 장기간접투자상품에 대한 과감한 세제지원과 배당소득세 감면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재경부 세제실은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 카드회사 건전성 강화 유도 정부는 금융정책협의회에서 신용불량자 확산과 카드대금 연체율 증가로 신용카드회사의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카드회사 대주주에게 증자 등 강력한 자구노력을 유도하고 출혈영업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