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나 베이스를 다뤄본 40,50대 중에는 서울 탑골공원 옆에 있는 낙원상가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학창시절 용돈을 모아 이곳에 악기를 사러간 사람도 적지 않다.


밤무대에서 일하는 '직업 밴드'들에겐 수시로 들러야 하는 곳이다.


극장식 쇼가 인기를 끌었던 80년대까지 전국의 음악인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지금은 70,80년대의 호황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낙원상가는 여전히 국내 최대 악기상가다.


상가 2층과 3층에 들어선 3백여개 점포에는 기타 베이스 피아노 음향기기 등 음악과 관련된 물건이라면 없는 게 없다.


그야말로 '악기 천국'이다.


토요일인 지난 8일 오후 2시.


악기를 사러온 손님들이 삼삼오오 이 점포 저 점포를 들락거린다.


2층 한 점포에서는 점원이 노랑머리 대학생들에게 기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처음 일렉트릭 기타를 살 때는 중저가 모델로 시작하세요.실력이 좀 늘면 그때 좋은 거 사셔도 안 늦어요.들어보세요.이 정도면 쓸 만하죠?"


점원은 간단히 즉석연주를 한다.


학생들은 번쩍번쩍 빛나는 일렉트릭 기타를 신기한 듯 바라본다.


낙원상가는 각종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로 항상 시끌시끌하다.


소리를 들려줘야 손님들이 사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악기 소리 크기는 경기에 비례한다'는 얘기도 있다.


요즘 낙원상가의 경기는 영 신통치 않다.


단골인 '직업 밴드' 숫자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낙원상가가 쇠퇴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이후다.


새로 개발된 가라오케 기계들이 급속히 밴드를 대체했다.


더구나 3월은 악기 비수기다.


겨울방학 때 반짝 했던 학생 손님들도 2월 이후엔 자취를 감춘다.


그나마 매출을 올려주는 고객은 룸살롱에서 일하는 '룸밴드' 정도.


하지만 불황이 심해짐에 따라 이들도 예전만큼 돈을 쓰지 않는다.


베이스와 기타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주머니에 돈이 없는데 악기 사러 오겠느냐"고 반문한다.


사람 키 크기의 스피커가 빼곡히 진열돼 있는 음향기기 전문점에서도 흥정이 한창이다.


하지만 30대로 보이는 남자 손님은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이내 발길을 돌리고 만다.


점원은 "요즘 같은 불경기엔 장사하기가 참 힘들다"며 "교회용 음향기기 같은 것으로 근근이 매출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낙원상가는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젊은 고객을 확보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젊은 상인들이 상인회를 맡으면서 상가 홍보도 대폭 강화했다.


우선 상가를 알리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www.enakwon.com)를 오픈했다.


이 사이트에는 각 점포에서 파는 제품 목록과 전화번화는 물론 악기와 관련된 정보가 자세히 올려져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낙원상가 거리공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연주할 장소를 제공하면서 상가를 알린다는 것이 상인회의 복안이다.


낙원상가상인회 이분열 회장은 "올해는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대학로나 인사동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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