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산하 하나GB파트너스의 안신규(42) 사장은 국민관광상품권 얘기가 시작되면 부쩍 말이 많아지는 사람이다. 그저 수다스럽다는 것이 아닌 정말 "할 말"이 많은 것이다. 그만큼 생각도 많고 욕심도 많은 젊은 사장이지만 결국 국민관광상품권에 대한 애착이 강함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6조원 규모의 국내 상품권 시장의 총아로 떠오른 국민관광상품권의 판매 및 마케팅 주관사는 하나은행.은행이 더 이상 예대마진에 얽매이는 시대는 이미 지났고 비금융 네트워크의 확장에 주력해야 한다는 김승유 하나은행장의 판단이 상품권 발행의 씨앗이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지금의 알곡으로 키워 낸 이가 바로 안 사장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지점장 자리를 거친 것도 모자라 연 매출 3천억을 바라보는 사업체를 진두지휘 하게 된 인물.하나은행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사내 소사업 응모에 당선되면서 국민관광상품권과의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당시 그가 제안했던 것이 관광,쇼핑,레저를 한 데 아우르는 바우처 사업이었다. "단순한 상품권 발행이라기 보다는 국내여행과 지방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탄생한 것이 국민관광상품권입니다. 해외여행으로 몰리는 수요를 국내로 돌려 안팎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죠." 지난 해 5월 사장으로 부임한 직후 그가 가장 중점을 두었던 일은 홍보를 통한 이미지 제고와 상품 개발이었다. 아직 생소한 국민관광상품권의 장점과 사용가치를 알리는 일에 밤낮없이 뛰었다. 이 노력 탓인지 그가 상품권에 뛰어든 뒤 무려 7백억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올해 매출 규모를 3천억원으로 잡은 것이 무리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물론 현재의 성장이 있기까지 끙끙 앓아야 했던 속내를 털어놓자면 한이 없다. 무엇보다 여행에 사용될 것을 주목적으로 삼고 발행된 상품권이었지만 저가의 국내여행 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상품권을 손쉽게 사용할 만한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던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여행과 레저의 시장이 급성장한 것이 사실이지만 국민관광상품권이 뛰어들기에는 인프라 구축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JTB가 발행하는 상품권 한 장만 있으면 여행에서 소요되는 거의 모든 비용이 해결될 정도였죠.또 상품권을 취급하는 가맹점에는 세금 감면의 혜택을 제공하는 등 정부에서도 적극적이었으니까요"라고 털어놓는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해결되어야 할 숙제이지만 저가의 패키지 상품과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여행업계의 관행과 현실에도 부딪혀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맹점 확보와 꾸준한 홍보 마케팅으로 주목할 만한 성장세를 거두었지만 아직은 여행보다 쇼핑에서 사용되는 비중이 더 높은 것이 현실.요즘 안사장은 나름대로 원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상품권 이용과 여행상품 개발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여행분야에서 국민관광상품권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자체적인 여행상품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체험 여행과 질좋은 여행상품 개발을 비롯해 상품권을 이용 여행상품을 구매하면 다양한 할인 혜택 등이 함께 주어지는 식의 차별화 전략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판매 전략도 세우고 있는 중이다. 특히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판매망을 넓혀간다는 계획은 상당히 구체적인 단계."물론 국내 여행의 수요가 증가되고 내수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전망이 국민관광상품권의 전망을 가장 밝게 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상품권이 통용되는 환경과 인프라가 함께 성장해 기존의 유명 상품권들처럼 쉽게 유통될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 놓았다. "지금은 유명 백화점의 상품권에 미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상품권의 1인자가 될 것"이라는 그의 자신감이 무모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철저한 마케팅 분석과 참신한 기획력이 그의 확신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