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증시의 주가가 20년 전 수준으로 후퇴한 가운데 우량주들의 하락세가 특히 두드러지자 시장 관계자들이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연초 이후 최근까지 8천5백엔 전후에서 등락을 거듭해 왔으며 미국의 이라크 공격 의지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지난 7일에는 전일대비 2백25.3엔이 빠지며 8천1백44.12엔까지 밀렸다. 이날 폐장가는 지난 83년 3월 이후 만 20년만의 최저치다. 그러나 지난해 말(8천5백78.95엔)과 비교한 이날 주가의 하락폭이 약 5%에 그친 것과 달리 우량주들 중에서는 같은 기간동안 20% 이상 떨어진 것이 속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량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낙폭이 큰 게임소프트 메이커 세가는 연초 이후 42.5%가 떨어졌으며 경영통합을 추진 중인 종합상사 니치멘과 닛쇼이와이가 38%와 29.8%씩 하락했다. 주가가 많이 떨어진 주식들 중에서는 대규모 증자 발표가 악재로 작용한 대형은행들이 상위를 차지,눈길을 끌었다. 미국 골드만삭스의 출자가 예정된 미쓰이스미토모는 31.1%가 하락했으며 재무구조가 가장 견실한 것으로 알려진 도쿄미쓰비시도 26.7%나 떨어졌다. 일본 최고의 스트롱 컴퍼니이며 3월말 결산에서 1조5천억엔대의 경상이익이 기대되는 도요타 자동차를 비롯 소니 교세라 등 대형주들도 하락폭이 15%에 육박하고 있다. 우량주들이 큰 폭으로 떨어진 데는 대형 기관투자가인 후생연금기금이 이들 주식을 무차별적으로 집중 매도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금은 증시 침체와 초저금리로 2002년 한햇동안 증시에서 11%의 손실을 냈으며 이로 인한 충격으로 주식보유를 되도록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 관계자들은 실적이 양호하고 재무구조가 탄탄한 기업들의 주가가 더 많이 떨어진 것이 시장심리에 특히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카상투자고문의 한 관계자는 "소니 등 대표적인 우량주마저 투자자들로부터 홀대받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주가가 오른 것들 중에는 오히려 재료가 신통치 않은 주식도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