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 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당초 올해 '연 5%대 중반 성장'을 예상했으나 경기 상황이 연초부터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재정 조기집행 등을 통해 시중에 돈을 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풀 돈이 모자라면 재정증권(정부가 발행하는 3~6개월 만기 채권)을 발행하거나 한국은행에서 차입하는 방법을 쓸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법인세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내리겠다는 방침도 밝히고 있다. 정부는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대선 공약 등에서 다짐했던 '경제개혁'을 어느 정도는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부담도 안고 있다. 가뜩이나 대내외 경제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개혁과 경제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는 버겁다는게 경제전문가들의 우려다. 재정 조기집행으로 대처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국책.민간 경제연구소장들을 잇따라 만나 현재 경기상황과 대처방안에 대한 견해를 듣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아이디어'를 빌린다 해도 뾰족한 단기대책은 많지 않아 보인다. 상반기 재정집행 독려 정도가 유일한 대책으로 꼽힌다. 이미 올해 예산의 51.6%(94조원)를 상반기에 집행토록 돼 있다. 집행시기를 좀더 앞당긴다 해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올 1~2월중 재정집행률은 13.3%로 지난해 같은 기간(12.2%)보다 1.1%포인트 높았다. 그러나 1월중 도.소매 판매증가율은 설 연휴가 끼었음에도 전년 동월 대비 4.5%(2002년1월 7.2%)에 그쳤다. 재정 조기집행이 위축된 소비심리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세율 인하폭에 관심 정부는 오는 10일까지 각 부처별로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오는 14일께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당면 경제상황에 대해 기업 투자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이 법인세율 인하폭과 시기다. 김 부총리는 "비과세.감면 규정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음성 탈루 소득의 양성화로 세수가 더 걷히면 그만큼 법인세율을 깎아주는 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 언제까지 얼마만큼의 법인세를 내릴지는 미지수이고 세율을 인하해도 당장 경기진작 효과를 내기도 어렵다. 재경부 관계자는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은 중장기적으로 성장과 안정의 틀을 해칠 수 있어 일단 검토대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실질적으로 뾰족한 대안이 없이 현재 경기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