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취임으로 '참여 정부'시대가 열린 25일 증시의 반응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특히 이날 증시는 이라크전쟁 우려감 고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온갖 악재로 급락하면서 새정부의 정책방향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외 악재가 걷히기 전까지 의미있는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신정부의 개혁정책이 국내 증시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재부상하는 지정학적 리스크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24.04포인트나 급락했다. 미국증시 급락과 외국인 매도세가 지수를 끌어내린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잠복해 있던 전쟁리스크가 부각된 때문이다. 재벌기업에 대한 검찰 조사가 줄줄이 이어질 것이란 소식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악재가 불거졌다"고 말했다. 전쟁 우려감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의 반등은 추세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한계를 확인시켰다는 설명이다.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사장은 "무엇보다 대표종목인 삼성전자에 외국인 매물이 집중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반도체산업을 포함한 전반적인 경기위축이 외국인 매도를 불러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매도가 지속될 경우 국내 기관도 쉽사리 매수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며 "이럴 경우 개선조짐을 보이던 수급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570선에서 지지될까 전문가들은 추가 하락이 나타나도 전저점인 560선 위에서 지지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600선 아래에서 국민연금과 국민은행의 자금 투입이 기대되는 등 수급상황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장은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10년만에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생산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전쟁리스크가 해소되더라도 증시를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경제지표도 오는 5월까지는 호전되기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저점을 완전히 지났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신정부 출범은 중장기적 호재 개혁 성향인 신정부는 기업지배구조 개혁,투명성 강화,집단소송제 도입 등 주주가치 강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국내 시장의 체질을 강화하고 한단계 레벨업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가람 박 사장은 "재벌에 대한 사직당국의 잇단 수사는 중장기적으로 투명성을 강화해주는 호재이며 외국인도 신정부의 재벌개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급변에 대한 충격을 감안,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업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우려,투자활동을 지연시키거나 새로운 정책에 대해 관망적인 자세를 보일 경우 경제회복이 더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근모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은 "재벌개혁의 방향이 맞다고 할지라도 강하게 밀어붙일 경우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