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의 거래량이 모처럼 급증했다. 불과 4일전 3억5천만주까지 떨어졌던 거래량은 17일 6억2천만주에 달했다. 2배가량 불어난 셈이다. 크게 늘어난 거래에 힘입어 이날 종합주가지수도 600선을 뛰어넘었다. 여기에 국민은행과 국민연금의 자금 투입은 향후 장세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주고 있다. 시장악화 원인중 하나였던 수급 왜곡이 시정될 것이란 점에서 그렇다. 거래증가와 수급개선을 양축으로 지수가 치고 올라오는 전형적인 바닥탈출 패턴이 연출된 셈이다. 그러나 외국인투자자의 동향이 여전히 변수로 남는다. 누적 선물매도 물량이 2만계약에 달하고 있다. 이중 상당부분이 외국인 몫이다. 종합주가지수가 26포인트나 오른 이날 외국인은 현물에서 1백여억원어치를 사는데 그쳤다. ◆폭발한 거래 거래량의 증가는 시장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락장세이건 상승장세이건 거래가 늘어난 것은 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특히 바닥권에서 탈출을 시도할 때 거래증가는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시그널이다. 불과 4일 만에 거래량이 두배 가량 늘어났고 이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가 600을 돌파했다는 점에서 이날 시장의 움직임은 희망적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급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이 자금을 조금씩 풀며 본격적인 시장참여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1조원어치의 주식을 사기로 확정했다. 미래에셋 이종우 운용전략실장은 "대형 기관들의 주식매수는 시장에 실질적인 효과를 줄뿐 아니라 투자심리를 호전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는 반면 급락에 대한 걱정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수 600은 지켜질까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오현석 과장은 "1차 저항선인 종합주가지수 600이 상향돌파돼 620선이 2차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지수상승이 상당부분 프로그램매수에 의존했다는 점에서 600에 대한 신뢰가 약한 편인 게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매물을 소화하면서 600을 지킬 수 있는 시장내부의 에너지가 축적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등의 자금투입에다 스마트머니의 유입 움직임 등을 볼 때 외부충격만 없다면 충분히 600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삼성증권 오 과장은 "주가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여서 시장이 조금만 안정되면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이 변수 선물 매도물량은 2만계약에 달하고 있다. 이날 소량 매수하긴 했지만 여전히 방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적극적인 매수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수급악화로 물량을 팔지 못한 외국인이 선물에서 매도로 일관했는데,수급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면서 물량을 본격적으로 털기 시작할 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외국인이 선물에서 매도차익 잔고를 더이상 쌓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가 모르는 추가 악재가 있어 외국인이 선물을 매도하고 있다"는 루머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의 방향타는 여전히 외국인이 갖고 있다는 말이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