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이 다가왔다. 여기저기 이삿짐 트럭이 오가고 주위에서 누가 집을 옮겼다는 얘기를 들으면 별 문제없이 잘 지내던 사람들도 괜스레 마음이 들뜨고 이사하고 싶어진다. 집은 장만하기도 어렵지만 파는 것 또한 결코 만만치 않다. 내놓은 즉시 팔리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여간 속터지는게 아니다. 단독주택의 경우 잘못하면 몇 년씩 걸리기도 하고 매매가 쉽다는 아파트도 위치에 따라 잘 처분되지 않는 수가 종종 있다. 나 역시 경기도 일산에 분양받은 아파트로 이사하기 위해 10년 넘게 살던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단독주택을 팔때 적지 않게 고생했다. 입주일을 앞두고 이사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전세를 놓을까 팔까 궁리 끝에 양도소득세 문제와 고장 수리 등에 따른 부담 등을 고려, 처분하기로 결정한 건 10월. 그러나 집을 내놓을 수 없었다. 추워지는데 단독주택을 보러오는 사람은 없을게 뻔했기 때문이다. 겨울내내 아파트를 비워 둔 채 다음해 봄 근처 부동산 중개업소에 팔아 달라고 했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 고민 끝에 집에서 떨어진 다른 곳에 내놓으면서 절대금액만 제시, 거래액에 상관없이 나머지는 중개수수료로 가져도 좋다고 말했다. 때마침 5월, 마당 가득 철쭉과 앵두꽃이 핀 덕인지 곧 원매자가 나섰다. 하지만 돈이 모자란다는 바람에 잔금을 치르기 전 은행대출을 받도록 도와주고 거래하느라 끝까지 가슴을 졸였다. 정든 집을 싸게 팔았다는 생각에 아까웠지만 얼마 안돼 IMF가 터져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도 이자와 양도소득세, 전세를 놨다가 들었을지도 모를 수리비용 등을 따지면 잘한 일이라고 믿고 있다. 집을 팔려면 되도록 여기저기 내놓고 수수료를 넉넉히 제시하고 융자 알선 등의 대안을 제시하는게 좋다고 한다. 내 경우처럼 단독주택은 가을보다 봄에, 아파트는 봄보다 가을에 내놓는 등 계절을 감안하고 집 근처보다는 다소 먼 곳에 있는 중개업소에 내놓는 것도 괜찮다. 동네에선 이사갈 사람보다 이사올 사람 편을 드느라 값을 깎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명심해야 할게 있다. 다름아닌 집안 정돈이다. 시가보다 비싼 것도 아닌데 안 팔리는 집의 경우 어딘지 어수선하고 지저분하기 일쑤다. 내놓은지 오래된 집일수록 더하다. 단독주택뿐만 아니라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이사할 생각에 도배 장판 등의 간단한 수리는 물론 정리정돈도 제대로 안하고 사는 까닭이다. 전세를 주면 집을 팔기 어렵다고 하는 것도 세 사는 사람의 관리가 아무래도 자기집 관리같지 않은 탓이다. 집을 팔려면 무엇보다 실내가 널찍하고 깔끔하게 보이도록 만들어놔야 한다. 집을 보러오는 사람 대부분이 낡은 건 고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침침하고 좁은 듯하면 마땅치 않아 하기 때문이다. 같은 평수라도 넓게 느껴지도록 하려면 우선 묵은 살림살이를 정리하는게 좋다. 이사하면서 처분하겠다는 생각에 그냥 두지 말고 미리 웬만한 짐을 치워 깨끗하게 해놓으면 집이 한층 넓어 보인다. 물건이 낡으면 양기가 떨어지고 음기가 강해져 집안의 기(氣)를 뺏는다는 풍수설을 믿지 않더라도 오래된 물건을 여기저기 두고 있으면 어지럽고 정신이 사납기 쉽다. 따라서 꼭 필요한 물건이나 골동품으로 남겨둬야 할 것만 빼곤 과감하게 버리는게 좋다.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 간직해둔 물건 가운데 정작 다시 쓰게 되는 일은 거의 없는 만큼 어지간히 썼다 싶은 건 버리는게 수다. 거실 못지 않게 중요한게 현관 정리다. 집안의 복(福)과 운(運)은 입구에서 들어온다고 하거니와 현관이 어둡고 지저분하면 집에 대한 인상이 나빠진다. 항상 깨끗이 청소한 다음 불필요한 장식물 대신 화분 등 생기(生氣) 넘치는 걸 놔두고 조명도 밝게 하면 들어서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할 수 있다. 기왕 팔기로 한 집은 되도록 빨리 처분하는게 좋다. 집을 내놓은 뒤 안 팔리면 다음 계획을 세울 수 없어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심정적으로도 불안해진다. 마음이 편안하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것도 물론이다. 문제는 뜻밖에 아주 작은데서 비롯되고 해결될 수도 있다. 주택 매매 또한 마찬가지다. <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