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마케팅] 매출효자 '귀족' 붙잡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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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층을 겨냥한 '로열(귀족) 마케팅'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다.
세계적으로 불경기가 확산된 데다 경기호전 가능성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업종을 가리지 않고 부자들을 향한 기업의 마케팅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로열 마케팅이 각광을 받는 것은 '2080의 법칙'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위 20%의 고객이 특정기업 전체 매출의 80%를 올려준다는 얘기다.
요즘엔 한 걸음 더 나아가 '1% 마케팅'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예금계좌에 10억원 이상이 들어 있는 5만명(국민의 1%선)의 고소득층을 자사 고객으로 끌어들이자는 전략이다.
이른바 '럭셔리 비즈니스'라는 고가품 판매시장의 대상은 일부 상품에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업종을 불문하고 확산되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의 명품 로드숍에 한정됐던 로열 마케팅은 이제 백화점, 홈쇼핑, 아파트, 소비재 상품, 금융상품 등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호화 주상복합 아파트 타워팰리스를 둘러싼 업체들의 마케팅 경쟁은 이 추세를 대변해 준다.
우선 이 아파트 자체가 로열 마케팅의 산물이다.
건설회사인 삼성물산은 이 고층 아파트단지를 귀족타운으로 만들기 위해 입주민을 선별, 분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입주민 대부분이 대기업 임원이나 의사 변호사 교수 사업가 등 부유층으로 구성됐다.
건물안에는 골프연습장 사우나 수영장 연회장 등이 자리잡고 있어 특급 호텔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타워팰리스 입주 가정의 가구는 대부분 수입품이어서 이탈리아제 소파나 영국산 식탁 등은 1천만원을 호가한다.
타워팰리스 가까운 곳에 있는 롯데백화점 강남점이나 현대백화점 본점 등은 입주자들에게 상품안내장을 보내 이들만을 위한 판촉행사를 따로 갖는 등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입주가 모두 끝나면 3천여 가구에 달하는 타워팰리스 고객의 향배에 따라 업체별 명암이 엇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신세계 강남점은 이 아파트 지하 1층에 식품매장을 내는데 성공했다.
이 식품매장은 상품구색이나 인테리어 측면에서 국내 최고를 지향한다.
특급호텔급 테이크아웃 코너, 수입 와인 및 치즈 코너, 고급 양과 매장, 수입 초콜릿 매장 등을 배치했다.
인근 패밀리레스토랑 베니건스 도곡점은 기존 좌석수를 두배로 늘려 고객잡기에 본격 나섰다.
금융권에도 로열 마케팅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은행 보험 카드사 등이 VIP 고객들에게 쏟는 정성은 대단하다.
큰손 고객을 위한 금융상품을 개발해 내놓는가 하면 이들을 위한 별도 점포를 만들어 깎듯한 예우를 한다.
은행에선 이를 PB(Private Banking)라고 부른다.
PB는 일정액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부자들에게 원스톱 금융상품 판매는 물론 부동산, 보험, 세무, 법률 상담 등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신한은행이 최근 문을 연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신한프라이빗뱅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점포는 입구에서부터 호텔 분위기가 느껴진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에게만 발급되는 신한PB플래티넘카드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담당 프라이빗뱅커가 공손히 손님을 맞는다.
안내받은 상담실은 원목과 페르시아산 카펫으로 꾸며져 있다.
은행은 변호사 세무사 컨설턴트들을 동원, 이곳에서 세무, 상속, 증여, 해외유학 등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은행도 PB 점포를 연내 21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은행의 고객별 수익성 분석에 따르면 상위 1% 고객이 전체 예금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상위 10% 예금자가 은행 전체 수익의 90%를 올려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뿐만이 아니다.
보험, 신용카드사도 예외가 아니다.
카드사들은 기존 골드카드보다 격을 높인 플래티늄 카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이 카드의 국내 사용한도액은 무려 1억원이다.
공항의 전용 라운지 이용, 골프장 부킹, 특급호텔 할인, 여행상해보험 가입 등 부대 서비스가 뒤따름은 물론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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