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체제의 한진그룹은 항공·육운-해운-중공업-금융 부문이 독자적인 소그룹을 형성하게 된다. 계열분리 작업이 탄력이 붙고 있는 데다 소그룹별 책임경영체제도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계열분리와는 관계없이 그룹 차원에서 수송부문 경쟁력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나간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조양호 회장으로서는 계열분리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차단하는 동시에 수송 전문기업으로서의 위상과 브랜드 가치를 더욱 키워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재도약 발판 마련 조 회장은 지난 4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 지난 99년 예고없이 잇따라 터진 항공사고로 상당한 시련을 겪었고 2001년엔 미국 테러사태에 따른 항공경기 침체와 힘든 구조조정으로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고심의 나날을 보냈다. 조 회장은 하지만 지난해 대한항공을 비롯한 주력계열사들을 모두 흑자로 돌려세우면서 개인적인 재기는 물론 그룹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동안 국내보다는 선진 항공사들과의 제휴와 해외 영업확대 등 '글로벌 경영'에 주력해온 결실을 거둔 셈이기도 하다. 조 회장은 이같은 실적과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관리 능력을 안팎에서 인정받았고 이것이 향후 그룹을 이끌어 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그룹별 책임경영체제 구축 계열 분리 속도는 한진중공업이 가장 빠르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부회장은 지난달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중공업 주식 5백만주(7.15%)를 사들여 개인 지분을 12.1%로 높였다. 조 부회장은 대신 자신이 갖고 있는 대한항공 주식 1백20만주를 조양호 회장 계열인 (주)한진에 넘겼다. 또 (주)한진은 한진해운 주식 60만주를 대한항공에 넘기면서 한불종금주식 54만주를 동양화재해상보험에 매각했다. 반면 조수호 부회장이 이끄는 한진해운의 계열분리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한진해운은 조 부회장 측이 7.9%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대한항공(12.5%)과 (주)한진(7.4%)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더 크다. 한진해운으로서는 상당한 현금을 준비해야 이들 기업으로부터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 여기에다 과거 대한항공이 대한선주(현 한진해운) 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 등의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지급보증을 해소하는 작업도 만만찮은 형편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