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러시아,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의 이라크 전쟁 반대 움직임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은 이번 주말 유엔에 새로운 대이라크 결의안을 제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1일 보도했다. 저널은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새로운 결의안은 이라크가 무장해제를 요구한 유엔 결의를 "심각하게 위반한(material breach)" 상태에 있다고 천명하고 결의안은 "평화와 안보를 회복하기 위한" 군사행동을 승인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오는 14일 유엔 사찰단의 2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가 예정돼 있으나 미국은 분명히 유엔의 이라크 무기사찰을 연장하자는 어떠한 제안도 봉쇄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새 이라크 결의안이 이라크에 무장해제 시한을 부여할 지에 대해 고위 미국 관리는 "이미 그 시점은 지나갔다. 그들은 현재 위반상태에 있다"고 말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이라크 전쟁 발발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차원의 터키 방위지원 대책을 마련하자는 제안을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가 반대한 것과 관련해 미국 관리들은 이 국가들의 계속되는 반대로도 미국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터키 지원안에 찬성한 16개 나토 회원국만으로도 동맹을 이뤄 이라크 전쟁 발발시 터키에 필요한 지원을 해줄 수 있다면서 프랑스, 독일, 벨기에의 반대로 이라크 전쟁 준비가 지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프랑스는 최소한 단시일 내에는 전쟁반대라는 입장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다 프랑스를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라크에 대한 "일방적 군사행동" 저지를 위해 대이라크 결의안에 거부권 행사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시사해 미국의 결의안 상정이 실현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