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공기업 경영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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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사장은 두 가지 함정에 빠진 것 같습니다.
공기업 개혁은 그래서 어려운 거지요."
연원영 자산관리공사(KAMCO) 사장이 공금유용 혐의로 퇴진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정부의 한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지적한 두 가지 함정이란 '공기업의 관행을 아무런 생각 없이 받아들였고,임직원들의 보신주의와 면피 성향을 간과했다는 것'이었다.
'관행'은 연 사장이 공금유용 혐의를 뒤집어 쓰는 빌미가 된 '임원회비'를 말한다.
이 관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인 것이 첫번째 실책이었다는 지적이다.
과거 관공서와 국책은행 등은 별도의 판공비를 썼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회계제도가 바뀌고 임원들의 판공비가 연봉에 포함된 이후 상당수 공기업과 은행들은 임원들이 월급에서 일정액을 갹출하는 방식으로 활동비를 충당해왔다.
카드결제가 안되는 국회의원 후원회비,골프 접대비 등으로 사용했다.
지난해 초 부임한 연 사장을 퇴진의 위기로 몰아넣은 결정적 단서가 된 것은 이같은 관행이었다.
공기업 임직원들의 보신주의는 연 사장이 경찰청 조사를 받고 나온 다음날 극명하게 드러났다.
회사 대표가 어려운 상황에 빠졌는데도 간부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연 사장이 임원갹출 회비를 쓴 것이 공금유용이라면 이를 함께 만들고 나누어 쓴 부사장 이하 간부들은 '공범'인 셈이다.
그런 그들이 자신들에게까지 '불똥'이 튈 것을 우려,연 사장을 위한 기초적인 변론조차 삼간 것은 '보신주의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연 사장은 KAMCO에 부임한 이후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인물들에 대한 '정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을 노조 등으로부터 듣고도 조직의 안정성을 고려해 미뤄왔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선거 기간 중 모 정당 후보에 줄을 댔다'는 음해성 루머부터 '임원회비'문제까지 회사 내부를 잘 아는 누군가가 정보기관에 상세한 내용을 투서해 연 사장을 낙마의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은 공기업 개혁이 얼마나 어렵고 험난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용준 경제부 정책팀 기자 junyk@hankyung.com